“저 놈들 하는 짓 좀 보소. 동네 망신 제대로 시키네. 기껏 뽑아 줬더니 쌈박 질이나 하구. 동네 창피해서 원, 다 그 놈이 그 놈여. 누구하나 난 놈이 없으니.”

“안 그래도 다들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인디, 저것들은 참 세상 편치 밥그릇 싸움이나 하고 있구. 세상 돌아가는 꼬라지가 이 모양인 게 우리 같은 시골 촌놈들이 잘 살 턱이 있나?”

“어느 놈은 나라 망신, 어느 놈은 동네 망신 참 세상 요지경여. 저런 위인들에게 세비 꼬박꼬박 챙겨주고 있으니. 이참에 동네 의회는 없애야 된 당께. 여하튼 귀신들 뭐하나 몰러.”

시골 동네 노인정이 어느 순간 성토장이 돼버렸다. 요즘 공주시의회 돌아가는 꼴을 보고 내뱉은 노인들의 넋두리다.

의원 배지 단 양반들의 하는 짓이 하도 요상하니 좋은 말이 나올 리 만무하다. 지역정치를 걱정하는 사람들마다 “동네 꼴이 어쩌려고 저러는지 걱정리라”며 장탄식을 내뱉는다.

성난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의원들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먼 산만 바라보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그들의 꼬락서니가 참으로 한심스럽고 비루하다.

하는 짓 하나하나가 꼴불견이다 못해 가관이다. 동료의원 간 상호존중도, 합의정신도, 의회 민주주의도 어느 하나 찾기 힘들다. 자질이 부족하면 겸손이라도 해야 할 터인데 그마저도 없느니 오합지졸이랄 수밖에.

의정 사상 초유라는 말이 요즘 공주시의회를 관통하는 관용구가 돼버렸다. 예결위를 통과한 예산이 수시로 뒤바뀌는 사태가 그렇고, 의장단의 직무가 정지되는 사태가 그렇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누구하나 잘못을 뉘우치는 이가 없으니 답답하다. 식물의회, 반쪽의회라는 부끄러운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으면서도 완장은 뺏기지 않겠다고 기를 쓰고 덤비고 있으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권모술수가 난무하고, 기 싸움에 밀리지 않으려고 더민주와 새누리 간 사람 빼오기 작전이 펼쳐지고, 다른 편을 들었다고 의원직 사퇴 각서를 받는 그들의 모습이 추하다 못해 혐오스럽다.

공주시의회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절망감을 떨칠 수가 없다. 더 이상 해 줄 말도 없다.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변하지 않으면 생존의 문제가 발생한다. 자연도 사회도 마찬가지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이 세상은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바꿀 수가 없다. 변하지 않으면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으로 공주시의회가 새롭게 거들나길 손꼽아 기대한다.

스스로 변화하려는 몸부림이 없다면 외부의 힘에 의해 변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명심했으면 한다. 의회의 자성을 촉구하는 지역의 내로라하는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할 때다.

얼마 전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에서 전 조합의 수장이 물갈이 됐던 점은 시사 하는 바 크다. 시민의 목소리를 외면할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명약관화하다. 어느덧 세밑이다. 이맘때쯤이면 어김없이 밀려오는 회한의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자신을 돌아보고 내가 혹시 색안경을 끼고 살지는 않았는지, 독선적이진 않았는지 냉철하게 자신을 되돌아볼 일이다.

나라꼴도, 동네꼴도 한없이 추락하는 세태지만, 캄캄한 어둠 속에서 작은 희망의 불빛이 움터 오기를 소망한다. 그 작은 불빛이 의회에서 싹터 새해에는 더 따뜻한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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