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장난감 값에 대여점 인기
현장서도 놀 수 있어 일석이조
#1. 임미연(가명) 씨는 아이들 로봇장난감 때문에 고민이다. 얼마 전 고가의 장난감을 사줬는데 새로운 시리즈가 나와 아이들이 또 다시 떼를 쓰고 있다. 매번 장난감을 사줄 만한 형편이 안 돼 마음이 아프다.
#2. 김형식(가명) 씨는 이제 마음이 놓인다. 매일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던 어린 딸이 블록 장난감에 흥미를 갖게 됐다. 최근엔 블록방을 알게 돼 다양한 장난감을 매일같이 대여해 딸과 함께 조립한다.
장난감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탓에 아이를 가진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로봇, 만화 캐릭터 등의 인기 장난감은 10만 원이 훌쩍 넘기 일쑤다. 통계청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 자료에 따르면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장난감 가격은 지난 한 해 4.47% 상승했다. 7.1% 오른 2009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고 최근 1~2%대의 전반적인 물가상승률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부모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장난감 가격은 훨씬 크게 다가온다. 빠른 유행 변화로 아이들이 새로운 장난감을 계속 원하고 최근에는 시리즈 장난감의 등장으로 하나를 사면 다른 장난감도 사도록 하는 유도 마케팅이 대부분이어서 부모의 소비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부모의 애타는 마음은 새로운 틈새 시장을 만들고 있다. 최근 들어 장난감 대여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중 블록방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블록방은 다양한 형태의 블록을 현장에서 즐기고 대여까지 가능한 공간이다. 이곳에는 어린이가 좋아하는 인기 캐릭터 장난감뿐만 아니라 창의력과 집중력을 키워주는 세계블록, 레고 등 다양한 장난감들이 비치 돼 있다. 최근에는 ‘어른아이’를 의미하는 키덜트(Kidult) 열풍으로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블록방을 종종 찾는다. 심지어 연인들의 이색데이트 코스로 이용되기도 한다.
블록방의 인기 요인은 장난감을 현장에서 즐길 수 있고 대여까지 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일정금액만 내면 한 달 동안 무제한으로 수많은 장난감들을 빌릴 수 있어 가계지출을 줄이는 효과가 상당하다. 또 블록방은 새로운 장난감들을 계속 들여와 대여하는 아이템 순환율이 좋아 아이들이 쉽게 질리지 않는 것도 큰 장점의 하나로 꼽힌다.
지역의 한 블록방 업주는 “개업한지 두 달도 안 됐는데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굉장히 많다”며 “처음에는 부모들이 아이를 도와주기 위해 블록조립을 시작하다가 함께 장난감을 즐기게 돼 최근 가족놀이공간으로 찾는 분들도 꽤 많다”고 말했다.
정재인 기자 jji@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