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경기 불황에 가계 지갑이 얄팍해지면서 전당포의 문을 두드리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 전당포는 급하게 돈이 필요하거나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취약계층의 탈출구 역할을 해왔는데 최근 들어선 부거운 생계의 짐을 짊어진 대학생 등 청년층을 겨냥한 전당포도 성업을 이루고 있다.

최근 IT 기기·명품·자동차·온라인 전당포 등 다양한 테마로 무장한 전당포가 등장하고 있다. 담보 물품의 교체주기에 따라 대출 기간에 차이는 있지만 가격만 평가되면 특별한 절차 없이 돈을 빌릴 수 있어 전당포는 젊은 층 특히 대학생들 사이에서 성행하는 추세다. 온라인으로 거래물품에 대한 정보만 확인하면 필요한 돈을 빌릴 수 있다. 물품이 곧 ‘신용’인 셈이다. 전당포를 찾은 윤 모(26) 씨는 “아르바이트 월급이 한참 남았는데 통신비가 연체돼 급하게 오게 됐다”며 “전당포에 전자기기도 맡길 수 있다고 해서 노트북을 맡기고 현금 대출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당포가 다시금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에 전당포를 이용한 고객은 물론 테마의 다양화로 인해 전당포가 다소 생소했던 젊은 층까지 흡수한 것이 주효하다는 게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브랜드 전당포 업체 관계자는 “도태에 대한 두려움으로 전당포의 취급 품목이 다양화된 경향이 있다”며 “소액을 필요로 하거나 기존 금융권 이용이 어려운 고객들이 전당포로 발길을 돌리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전당포엔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도 함께 담겨있다. 전당포 이용 고객의 경우 금융권에서 대출이 거부된 신용불량자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서민, 대학생 등에 집중되고 있어서다. 이 중 대학생들은 학자금, 생활비 대출 등 빚에 허덕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부모님께 손 벌리긴 어렵고 알바를 하지만 지갑이 얇은 건 어쩔 도리가 없다. 돈 한 푼이 부족한 대학생들에겐 전당포가 오아시스와도 같은 존재가 된 이유다.

그러나 무심코 받은 대출이 자칫 감당 못할 빚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전당포 관련 소비자 피해상담 166건을 분석한 결과 계약 중요 내용에 대한 설명의무 불이행, 과도한 이자 지급 요구, 변제기간 전 담보물을 임의 처분하는 등의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전당포를 이용할 경우 절차가 쉬게 이뤄질 경우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피해 예방을 위해 전당포를 이용한 대부계약 체결 시 계약서상 이자율, 약정 변제기 이후 담보물 처분 관련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며 “계약 체결 이후엔 원금과 대부이자 상환 과정에서 법정이자율(월 2.325%, 연 27.9%)을 상회하는 금전 또는 추가 비용(감정료, 중도상환수수료, 택배비 등)을 요구받는 경우 거절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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