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작가협동조합 '스토리밥' 정덕재 책임작가
3년여의 아픔·슬픔 30편에 담아 '숨쉬는 4·16'발간

▲ 협동조합 ‘스토리 밥’의 정덕재 책임 작가

차디찬 바다 속으로 잠겼던 세월호가 3년을 기다린 끝에 뭍으로 떠올랐다. 그 한켠엔 세월호의 슬픔과 아픔을 기록으로 남겨온 사람들이 있다. 이번 주 일요일, 이들은 세월호 이후 달라진 게 없는 착잡한 현실에서‘세월호 3년상(喪)’의 마지막을 앞두고 있다.

처음 시작은 평범했다. 시인, 작가들이 맘 놓고 글 쓰는 협동조합을 만드는 게 목적이었다. 협동조합이니 영리법인 프로젝트로 따서 수익 사업도 펼쳤다. 협동조합 ‘스토리 밥’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재능을 펼치기 위한 꿈이 있었다.

2014년 4월 16일. 진도 해상에서 300여 명이 탄 여객선이 침몰했다는 소식은 그들의 눈 앞을 캄캄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이 충격과 슬픔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매달 16일에 맞춰 글을 쓰기 시작했고 어언 3년이 흘렀다. 지난 13일 대전·충남작가협동조합 ‘스토리 밥’의 정덕재(사진) 책임 작가를 만났다.

스토리 밥에 소속된 작가들은 지난 3년 동안 누구보다 치열하게 세월호를 기억해왔다. 세월호의 기억을 공동체와 함께 나누기 위해서다. 그렇게 3년을 써온 글이 어느 덧 30여 편. 올해 이 글들은 한데 모아져 ‘숨쉬는 4·16’이라는 책으로 발간된다. 작가의 사회 참여와 사명감보다 그저 아이 키우는 부모의 마음으로 고통을 함께 나누고 싶었단다. 책을 내기 위해 포털 사이트 스토리 펀딩에서 진행한 모금 활동도 일주일 만에 목표치를 넘겼다. 모금액만 540만 원. 그는 “작은 책자하나 낼 돈이면 될 것 같아 300만 원을 목표로 했다. 그런데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셔서 128% 초과달성 했는데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고 말했다. 책 발간에는 정 작가 외에 많은 이들이 동참했다. 단원고 학생들의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 한 땀 한 땀 손바느질로 인형을 만든 주부부터 공방을 운영하면서 남는 나무 조각을 기억의 나무 고리로 만든 목수까지, 각자 하는 일은 다르지만 정 작가는 이들과 함께 해서 큰 두려움은 없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정 작가와 스토리 밥에게 책 발간은 최종 목표가 될 수 없다. 세월호 이후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어서다.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도 밝혀지지 않았고, 3년을 차디찬 물속에 갇혀있던 미수습자는 여전히 가족의 품을 그리워하고 있다. 그는 세월호와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했다. 2기 특별조사위원회를 통해 세월호 전체를 철저히 재조사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선 새삼 비장함도 엿보였다.

세월호 3년상을 끝내는 소회를 묻는 질문에 정 작가는 “책이 나오면 글쓴 사람이나 만났던 이들 모두 세월호라는 비극의 우산 아래 모이게 되는 셈이죠. 아프지만 많은 이들과 함께 공유하고 극복해야만 해요.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져야‘숨 쉬는 4·16 프로젝트’도 끝이 납니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글·사진=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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