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웃음, 묵직한 감동' 픽사 애니메이션 ①

2016년 6월 인간세계에 모습을 드러낸 물고기 한 마리가 전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그의 이름은 ‘도리’.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어(이하 픽사)의 17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도리를 찾아서’는 2003년 개봉작 ‘니모를 찾아서’의 스핀오프 작품으로 무려 13년만에 선보인 후속작. 픽사 창립 30주년 기념대작이기도 했던 이 작품은 북미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 개봉 첫 주에만 1억 3506만달러를 거둬들이며 역대 애니메이션 최고 오프닝 성적을 기록한다. 그리고 드림웍스의 ‘슈렉2’가 가지고 있던 4억 4122만 달러의 기록을 넘어서며 역대 북미 애니메이션 흥행 1위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전작 ‘굿 다이노’의 흥행실패로 ‘확실한 침체기’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던 픽사는 ‘도리’ 하나로 아직 전성기의 감을 완전히 잃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번주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평가받고 있는 픽사의 흥행작들을 2회에 걸쳐 만나보자.

 

  ▲ 카우보이 인형 우디(왼쪽)와 최신액션 인형 버즈

# 장난감들의 세상살이 “잊힌다는 건 슬픈 일이야”

1. 토이스토리 1, 2, 3 (1995~2010)

픽사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이자 최초의 풀 3D 장편 애니메이션.

앤디라는 남자아이의 장난감인 카우보이 인형 우디, 미끈한 외모의 최신 액션인형 버즈, 상·하체가 스프링용수철로 이어져 있는 개 형태의 장난감 슬링키, 감자 모양에 얼굴이 달린 미스터 포테이토 헤드 등 여러 장난감들이 벌이는 이야기를 다뤘다. 1편 1억 9200만 달러, 2편 2억 4600만 달러, 3편 4억 1284만 달러 등 흥행과 비평에서 속편이 원작을 능가하는 드문 케이스다.

장난감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이라고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픽사 작품들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명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3편은 2011년 제 8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과 주제상을 수상했다.

2019년 6월 21일 ‘토이스토리 4’가 북미 개봉 예정이다. 이전 3부작과는 별개의 이야기이며 로맨틱 코미디라고.

 

  ▲ 몬스터 주식회사의 설리(오른쪽 아래)와 마이크 콤비. 그리고 인간소녀 '부/매리'

# 벽장서 뛰쳐나온 괴물 “으악, 무서운 꼬마다”

2. 몬스터 주식회사(2001)

‘토이 스토리’ 1, 2편의 각본을 맡았던 피트 닥터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연출작이자, 픽사의 4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에너지원이 되는 괴물들이 사는 세계에 들어온 인간세상의 여자아이를 다시 돌려보내기 위한 대소동을 담고 있다.

북미지역에서 개봉 9일만에 1억 달러를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우는 등 비평과 흥행면에서 모두 성공했지만 200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곡상, 주제가상, 음향효과상, 장편 애니메이션상 후보에 올랐지만 맞붙은 작품이 하필이면 드림웍스의 ‘슈렉’. 결국 주제가상을 수상하는데 그쳤다.

후속작이자 프리퀄로 ‘몬스터 대학교’(2013)가 있다.

 

  ▲ 혈기왕성한 꼬마 니모와 열혈아빠 말린

# 인간에게 잡혀간 아들 찾아 삼만리

3. 니모를 찾아서(2003)

픽사의 5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호주의 바다 속을 무대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던 아들 니모가 스쿠버 다이버에게 잡혀가자 그를 찾아나선 열혈 아버지 말린의 눈물겨운 대여정이 주된 스토리다.

제작비 1억달러를 들여 전 세계적으로 8억 6000만 달러를 벌어들여 당시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의 대박을 터트렸다. 미국인들이 뽑은 최고 애니메이션으로 뽑히는 등 200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다.

미국을 뛰어넘어 전 세계에 열대어 붐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이상하리만치 한국에선 140만 동원에 그치며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최강의 슈퍼히어로였던 미스터 인크레더블

# 뱃살 충만한 보험회사 직원이 슈퍼 히어로?

4. 인크레더블(2004)

픽사의 6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자 사람이 주인공이 최초의 작품이다.

15년 전만해도 최강의 슈퍼히어로였으니 지금은 뱃살 충만한 보험회사 직원으로 평범하게 살고 있는 밥(미스터 인크레더블)에게 다시 한번 비밀스러운 임무가 주어지고, 이에 ‘조금 많이’ 뛰어난 유연성을 무기로 활약하던 아내 헬레(엘라스티걸), 세명의 자녀 바이올렛, 대쉬, 귀요미 잭잭과 함께 악당섬멸작전을 벌인다.

‘은퇴 후의 슈퍼히어로’ 가족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바탕으로 일반인처럼 살아가야 하는 그들의 고뇌와 역경을 딛고 다시금 슈퍼히어로 뿐만 아니라 일반인으로 재기하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디즈니/픽사 작품 중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통에 미국 시청등급은 ‘보호자의 지도가 요구되는 전체관람가’인 PG를 받았다.

총제작비 1억 6000만 달러로 글로벌 와이드 6억 3144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15년만에 속편이 정식라인업으로 올라왔다. 2018년 6월 15일 북미 개봉 예정.

 

  ▲ 양산형 쓰레기 처리 로봇 '월-E'

# 덜렁이 소년, 츤데레 소녀를 만나다

5. 월-E(2008)

픽사의 9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2009년 제 66회 골든글러브,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으며 제14회 일본 고베작품상 극장 부문 수상작이다. 이 작품 외에는 외국작품 수상작이 안나오고 있기도. BBC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 100선 중 29위.(http://www.bbc.com/culture/story/20160819-the-21st-centurys-100-greatest-films)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4위, ‘인사이드 아웃’ 41위, ‘라따뚜이’ 93위, ‘니모를 찾아서’가 96위 등 애니메이션이 5편이나 포함돼 있다. (참고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30위,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66위에 랭크돼 있다)

극한의 오염으로 인간들이 모두 떠나버린 지구에 홀로 남아 수백년이란 시간을 외롭게 일만 하며 보내던 폐기물 처리로봇 ‘월-E’와 매력적인 탐사로봇 ‘이브’의 순수한 사랑이야기.

로봇들이 언어를 구사할 수 없어서 사실상 대사가 없는데도 내용을 막힘없이 전달하는 연출력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사진출처 Pixar/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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