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전 동구에 거주하는 구현우(26) 씨는 얼마 전 라이터 때문에 골치를 썩었다. 산 지 얼마 안 된 라이터가 하필이면 불량이었기 때문이다. 여분의 라이터가 없던 구 씨는 편의점에서 다시 500원짜리 라이터를 새로 구매해야 했다.
흡연자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꼭 필요한 라이터. 조금 더 값이 나가는 원터치형(압전식라이터) 외에 일반 라이터는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500원 정도 한다. 그런데 부싯돌의 마찰을 이용하는 이 일반 라이터는 구조적 특성상 종종 고장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 같은 제품의 하자로 피해보상 규정을 따져보는 소비자는 사실상 없다. 그냥 새로 하나 더 사는 게 속 편하다. 제품에 하자가 있다면 새로 교환을 받거나 반품하는 게 일반적 상식이고 법·제도적으로도 보장된 소비자의 권리인데 소비자 스스로도 500원의 권리를 무시하는 탓이다. 물론 소비자의 인식이 이렇지만 피해보상 절차 역시 까다롭고 번거로운 탓도 있다.
국내 소비자 중엔 제품 하자 사실을 제조사에 알리고 교환을 요구하는 소비자가 간혹 있다. 1년에 비록 한두 건 이지만 국내 A 라이터 제조사는 제품 하자 문의를 받는다. 라이터에 붙어 있는 제품 정보 스트커에서 육안으론 식별이 어려운 깨알 같은 글씨(전화번호)를 찾아내 교환 문의를 하는 소비자들이 있다. 그러나 이 소비자는 더 큰 고민에 봉착해야 한다. 500원짜리 라이터 하나 교환 받자고 택배를 동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체는 소비자가 고장난 라이터를 택배(착불)로 보내면 이것이 제품 하자인지 아니면 소비자 과실인지를 확인한 뒤 제품 하자가 인정되면 고객에게 다시 새 제품을 보내준다.
이 같은 번거로움 탓에 소비자는 교환을 포기하는 게 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경제적으로 더 낫다는 결론을 내린다. 구 씨 역시 교환을 포기하고 라이터를 다시 구매했다. “교환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업체로부터 확인했지만 이렇게까지 해서 교환받는 건 시간이 너무 아까운 것 같다”며 “개인의 생각 차이는 있겠지만 교환까지 적어도 3~4일은 걸릴 텐데 그런 점을 고려하면 차라리 돈 주고 하나 더 사는 게 이득이 아닐까 싶다”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제품 하자를 경험하고 교환 절차를 문의해 본 소비자들은 차라리 라이터를 구매한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교환을 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 업체가 취해야 할 교환 절차가 아니냐고 반문한다. 500원짜리 라이터 하나 가지고 뭐 이리 까탈스럽냐고 할 수 있겠지만 제조사가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는 조치라는 거다. 그러나 업체 측은 “편의점이나 슈퍼 직원들이 라이터의 고장 유무를 분별하기 어렵고 업무가 늘어나는 셈이라 선뜻 나서줄지 장담할 수 없다. 불량품 교환 처리에 관해서는 편의점 본사나 개별 슈퍼마켓들과 일일히 협의를 해야 한다. 판매처 교환 의견이 타당하긴 하지만 여러가지 여건상 실현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