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파워] ⑦의료체계의 당면 문제점 및 개선방안

의료진·의료장비·병상수 증가세 OECD 국가중 최고

메디컬 CEO 글로벌포럼(회장 이철호 대전시의사회장)은 8일 이신호 한국보건진흥원 본부장을 초청한 가운데 제31차 조찬 포럼을 갖고 전국 의료계 동향과 지역 의료계의 발전방향 등을 논의했다.
이신호 한국보건진흥원 본부장은 이날 ‘의료체계의 당면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대전의 환자 서울 유출, 생각보다 심각하다
이신호 본부장은 이날 “수도권 특히 서울에 환자가 집중되는 지방의 환자유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가장 타격이 심한 곳이 바로 대전”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이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2년 6.3%에 달하던 대전의 환자 서울 유출이 지난 2008년 들어 10.6%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는 환자 100명 중 11명이 서울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부산과 대구, 광주가 각각 지난 2002년 1.6-4.5%에서 2008년 3.8-5.4%대로 소폭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두배 가량 높은 수치다.

이 본부장은 “여타 시도와 달리 대전만 서울로 환자들이 유출되는 비율이 급속히 올라가고 있다”며 “교통편이 한시간대 거리로 가까운 점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전의 병상수는 전국 최다 수준
전국 광역시급 가운데 환자의 역외유출은 대전이 전국 최고인 반면 상급종합병원의 병상수는 서울, 대구 다음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전권역내 병.의원들간 경쟁이 상대적으로 치열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한국보건진흥원이 전국 상급종합병원의 지역별 병상수를 조사한 결과, 서울은 인구 천명당 병상수가 1.7%로 가장 높았고, 대구 1.4%, 대전 1.3%로 뒤를 이었다.

◆전국 의료시장 공급과잉 온다
국내 의료시장을 바라보는 보건당국의 판단은 ‘과포화’ 임박이다.
인구 천명당 의료진 인원과 의료장비 등이 이미 OECD 선진국의 평균치를 넘어서고 있다. 증가세는 가히 세계 1위다.

이는 국내 의료시장내 뿌리깊게 박힌 무한경쟁이 원인 중 하나다. 고가장비와 인력 확대 등 대형화 추세가 수년간 축적되면서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 시장 불균형이 이뤄지고 잇는 것이다.

또 전국이 동일 진료권화되고 의원,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간의 기능 및 역할 중복에 따른 유형별 갈등도 커지고 있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 본부장은 “무한경쟁구도로 인해 다수 중소규모 병원의 경영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며 “대형병원으로 환자집중시 자원이용의 비효율성이 심화되고 지역병원의 폐쇄 등으로 의료이용 접근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의료시장 구조에 대해 ▲초대형병원 등장 등 대형병원의 계층화 ▲중소병원의 전문병원화, 의원들의 대형의원화 ▲중소병원의 수평적 통합에 따른 경제규모화 ▲의원과 건강관리시설을 통합한 융합형 시설 등장을 전망했다.

◆광역진료권 제도 도입 공론화해야
그는 지방병원 육성방안으로 선택과 집중 원칙에 기반한 지역별, 병원유형별, 병원 역량에 따른 선택적 맞춤형 육성 등을 제시했다.

특히 광역진료권 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주장해 관심을 모았다.
그는 대전권을 하나의 진료권으로 묶고 지역민이 타 시도의 병의원을 이용할 경우 환자 비용부담율에 차이를 두자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광역진료권 도입은 지역간 서비스 수준의 격차를 우선적으로 해소하는게 전제돼야 한다"며 “지방의 병의원에게 특단책이 될 수 있으나 환자들의 선택권 제한이란 반발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병.의원이 만족(Happy)하는 정책은 현실적으로 없다는 것을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며 "정부 역시 의료시장의 과포화 상태가 임박한 상황에서 병원 육성방안을 적극 추진하되 필요시 능력이 미흡한 의료기관들에 대해선 과감히 퇴출시키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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