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세종시 이관…천장 바닥 등 총체적 부실
오는 6월 또 천장 벽면 등 공사예정…시민들 “왕짜증”
명품세종 이미지 추락…“기업 세종시에서 퇴출시켜야”

<속보>=‘시공비 2000억. 국내 최장 지하차도. 삼성물산. LH세종특별본부. 행복도시.’
주요 키워드를 보면 평범치 않다.
세종 주추지하차도와 관련된 키워드다. 그동안 말 많고 탈도 많아 속을 헤집어보니 조금은 과장해서 ‘회칠한 무덤’이다.
2000억의 예산을 들인 이 지하차도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세종특별본부에서 발주하고 삼성물산이 시공했다. 국내 최장 지하차도다.<본보 24일자 12면 보도>
그러나 이 지하차도는 개통하자마자 천장과 벽면, 바닥 등에서 누수현상이 발생, 시도 때도 없이 보수공사를 벌여왔다.
◆ 서류만 검토 준공허가 내준듯
시민들과 이곳을 왕래하는 차량운전자들의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명품세종시의 이미지에도 먹칠을 하고 있다. 이 구간에서 교통사고가 빈번히 발생, ‘공포의 지하도’로 불리고 있다.
지난 21일 야간에 보수공사를 하고 있는 지하차도. 기자는 믿기 어려울 만한 현장을 목격했다. 쫙쫙 갈라진 균열이다. 지하터널 바닥에 희미하게 비친 균열은 육안으로 1∼3㎝가량 보였다. 사방 갈라진 콘크리트는 오히려 온전한 바닥이 없을 정도다.<사진>
정부지침은 콘크리트 균열 0.2㎜ 이상일 경우 균열 진행 상태를 기록하고 점검, 보수공사 등을 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도 수년 방치돼 주추지하차도에서 발생하는 누수는 준공 당시부터 ‘세종시의 골칫거리’로 등장할 것을 예고했다.
2014년 준공하면서부터 지하차도는 노반 침하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당시 지역여론은 바닥침수로 인한 결빙현상을 지적했었다. 곳곳에 발생한 균열과 침하현상은 대형사고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삼성물산 측은 그때마다 누수현상 대부분은 보수했고, 일부 손을 못된 곳은 점검해 보수하겠다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특히 천장 누수는 하천 통과 지역이다보니 방수처리가 미흡한 것 같다는 등 미온적으로 대처했다.
◆ 계속된 하자에 시공사 변명만
그러나 지하차도 콘크리트 바닥이 갈라진 채 수년 동안 감추고 쉬쉬한 현장 그대로를 처음 목격한 것.
정부의 하자보수 0.2㎜ 지침보다 10∼20배 이상 높은 부실시공이 수년 동안 은폐돼 왔던 것이다.
더욱이 놀라운 사실은 주추지하차도가 세종시로 이관되면서 정기점검을 벌인 결과다.
세종시가 지난 4일 상반기 정기 점검한 결과에 따르면 지하터널 콘크리트 백태, 천장과 벽면의 조인트 부분, 관리사무소, 전기실 등 곳곳에서 균열 및 누수가 발생했다. 심지어 풍도(화재 시 연기통로) 까지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점검됐다.
시 관계자는 “정기 점검한 내용을 상성물산 측에 통보하고 내달 1일까지 하자보수 계획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관리·감독에 있다. 발주처인 LH세종본부는 준공허가까지 키를 쥐고 있다. 공정마다 제때, 제대로 관리했거나 처리했어도 이 같은 총체적 부실은 막았을 것이다.
이에 대해 건설관계자는 “LH가 현장점검을 하지 않은 채 시공사가 작성한 서류만을 검토하고 준공허가를 내준 것으로 예상할 수밖에 없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국도 1호선 세종시의 동맥인 주추지하차도는 터널 왕복 6차선으로 연장 2.8㎞다.
지난 2013년 준공, 2016년 4월 세종시로 이관돼 세종시의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세종=서중권 기자 0133@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