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대비해 미리 준비하는 소비자들 늘어

에어컨은 한 여름에 구매한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여름에 구매할 경우 설치에도 오랜 시간이 걸릴뿐더러 가격도 비싸고 할인행사도 많지 않다. 이 때문에 특가행사 등이 진행 중인 요즘 전자제품 매장에는 서둘러 에어컨을 장만하려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최근 전자제품 매장에서 에어컨을 찾는 고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사상 유래 없는 폭염에 몸살을 앓았던 터라 올해는 미리 여름을 준비하고자 함이다. 이 같은 판단엔 에어컨 구입이 몰리는 한 여름에 사는 것 보다 각종 행사나 가격 혜택이 많은 봄철에 구입하는 게 더 이득이라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깔려있다. 대전 동구의 한 전자제품 매장을 찾은 주부 윤지영 씨는 “여름에 에어컨을 사기에는 아무래도 늦은 감이 있다”며 “더위가 오기 전에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서둘러 장만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전지역 주요 전자제품 매장에는 하루 평균 10~20명 정도의 에어컨 구입 고객들이 방문한다. 폭서 대비가 가장 큰 이유겠지만 최근 사계절 이용이 가능한 공기청정 결합 제품 출시와 맞물려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계속돼서다. 여름 성수기에 비하면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비성수기인 봄임을 감안하면 꽤나 많은 이들이 에어컨을 찾고 있는 셈이다. 실제 동구에 위치한 에어컨 판매점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에어컨 품목 매출 신장도가 100~200% 상승할 정도로 에어컨 판매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이처럼 에어컨의 구입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설치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에어컨을 설치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3시간. 그렇다보니 하루에 많이 설치해야 서너 곳을 넘지 못한다. 여름은 수요가 많다보니 그렇다 치더라도 때 아닌 봄에도 에어컨을 설치하는 데 일주일 걸리는 일이 다반사가 된 것이다. 더구나 매장에 없는 상품을 구입한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아직 날씨가 돕고 있는 탓에 에어컨 설치 기사에 대한 항의는 아직 없는 편이다. 에어컨 전문 판매점 설치기사로 일하는 A 씨는 “아침 일찍 일을 시작하는데도 하루에 다섯 곳 방문하는 게 어렵다”며 “아직 날이 덥지는 않아 고객들 항의는 많지는 않지만 본격적인 여름이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앞으로도 봄날 에어컨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발걸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록적인 폭염에 혹시나하는 소비자의 마음이 기저에 깔려서다.

유명 브랜드 전자제품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폭염의 영향이 아무래도 소비심리에 많은 영향을 준 게 아닌가 싶다”며 “봄철 황사나 미세먼지 등 공기청정 기능을 결합한 제품도 나와 이젠 여름이 아니어도 에어컨을 사계절 내내 사용할 수 있게 돼 에어컨의 성수기와 비성수기의 구분이 무의미해졌다”고 말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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