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사랑, 우정 '디즈니'가 하면 달라!

2014년 1월 16일, 극장용 애니메이션 관람수 최고가 100만에 불과했던 한국에 한 작품이 개봉을 한다. 그 작품은 ‘애니메이션=애들용’이라는 편견을 깨고 45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넘어서며 ‘대한민국 최초의 애니메이션 천만 영화’이자 ‘아바타(2009)’ 이후로 1000만을 넘긴 두 번째 외화가 되었다.

한국에서 펼쳐진 이 마법같은 이야기는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어(이하 디즈니)의 53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겨울왕국(Frozen)’. 월트 디즈니 컴퍼니 창립 90주년을 기념한 영화이기도 했던 이 작품은 전 세계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고의 흥행작이자 2013년 전 세계 영화 흥행 1위를 차지함과 동시에 ‘디즈니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의 걸작’,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제2의 전성기가 도래했다’ 등등의 호평을 받으며 평론가들과 관객들 모두에게 극찬을 받았다.

이번주 ‘느린 작업실, 602호’에서는 1937년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시작으로 ‘신데렐라’(1950), ‘잠자는 숲속의 미녀’(1959), ‘인어공주’(1989), ‘미녀와 야수’(1991), ‘라이온킹’(1994) 등을 선보이며 2D 애니메이션의 전성기를 열었던 디즈니의 작품들을 (2010년 이후 3D 작품들 위주로) 소개해 보고자 한다.

 

  디즈니 프린세스 애니메이션 최초로 IMAX 3D로 개봉한 '라푼젤'

# 그 누구도 상상못한 ‘위대한 가출’

1. 라푼젤(Tangled, 2010)

디즈니의 5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원작은 당연히(?) 그림형제가 모은 동화집에 수록된 ‘라푼젤’. 디즈니 공주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로 3D로 제작, 상영되었다. 길고긴 머리카락이 살아있는 듯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CG는 단연 압권이다.

18년간 외딴 성안에 갇혀 살던 라푼젤이 꿈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으로 그림형제 동화에서 설정만 따왔을 뿐인지라 원작의 성격과는 다르게 매우 활발한 편이다.

2억 6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북미에선 2억 달러로 부진했지만 글로벌 와이드 5억 90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제68회 골든 글로브 최우수 장편 애니메이션상, 최우수 주제가상 후보에 오르며 평단과 관객의 고른 지지를 받았다.

 

  명작게임속 악당, 히어로 캐릭터들이 카메오로 등장하는 '주먹왕 랄프'

# 기억나니, 추억의 오락실이

2. 주먹왕 랄프(Wreck-It Ralph, 2012)

8비트 게임 ‘다고쳐 펠릭스’에서 악역을 맡고 있는 주먹왕 랄프. 30년째 매일같이 건물을 부수며 직업에 충실해왔지만, 악당이라는 이유로 누구도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모두에게 인정받는 영웅이 되고 싶은 마음에 급기야 자기 게임을 이탈하여 다른 게임들을 넘나들게 된 랄프의 행동 때문에 게임세계에 위기가 닥치게 되는데….

디즈니의 52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뚜렷한 선악구조, 왕자와 공주인 주인공, 해피엔딩 스토리가 전매특허였던 디즈니가 자신들의 공식을 깨고 악당을 주인공으로 한 게임 속 캐릭터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어 더빙판에서는 정준하가 랄프 역을 맡았는데 연예인이 더빙에 참여했다는 자체만으로 말도 많았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꽤나 잘 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로 리치 무어 감독도 ‘실제 랄프라고 믿을만큼 캐릭터가 똑같다’고 칭찬했다고 한다.

작품 자체의 완성도도 우수했고 메시지도 신선해 평단의 평가는 상당히 좋은 편이었지만 북미오 한국에서의 흥행은 신통치 않았다. 그나마 해외에서 2억 8180만 달러를 벌여들이면서 어느정도 이익은 보았다.

 

  '아바타' 이후로 한국에서 1천만 관객을 불러들인 '겨울왕국'

# 엘사의 마법은 끝나지 않았다

3. 겨울왕국(Frozen, 2013)

아렌델 왕국의 두 공주,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얼릴 수 있는 신비한 마법의 힘을 가지고 태어난 엘사와 그녀의 여동생 안나가 주인공으로 어느 누구에게도 들켜선 안되는 마법의 비밀이 온 세상에 드러나자 여왕 엘사는 자신의 능력으로 사람들이 다치는 것이 두려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어딘가로 사라진다. 여왕이 사라진 아렌델 왕국은 극심한 겨울이 닥치면서 위기가 찾아오게 되고 적극적인 성격의 안나는 자신의 언니와 왕국을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게 되는데….

디즈니의 53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안데르센의 명작 ‘눈의 여왕’을 원작으로 했지만 일부 설정의 유사성을 제외하면 공통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디즈니의 작품답게 남녀간의 사랑과 가족애, 특히 자매간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주요장면 곳곳에 뮤지컬 형식의 아름다운 노래가 등장한다.

영어 성우들이 엘사의 이디나 멘젤, 크리스토프에 조나단 그로프, 올라프에 조시 게드 등 브로드웨이에선 꽤나 이름을 날리는 배우들로 꾸려졌다.

2014년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 주제가상 부문에서 수상하며 2관왕의 영예를 차지했다. 이로서 ‘겨울왕국’은 2001년 장편 애니메이션상이 신설된 이후 픽사를 제치고 처음으로 디즈니가 수상한 작품이 됐다.

 

  꼭 안아주고 싶은, 힐링로봇 베이맥스의 치명적 몸매가 인상적인 '빅 히어로'

# 모험이 끝나는 순간, 가슴뭉클한 감동

4. 빅 히어로(Big Hero 6, 2014)

디즈니의 54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마블 인수 후 디즈니-마블 간 첫 번째 합작 작품이다. 마블코믹스에서 발매한 ‘빅 히어로 6’를 바탕으로 각색된 전연령 극장 애니메이션으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작품들과는 무관하게 독자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작품의 주무대는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와 일본의 도쿄를 합친 가상의 도시 샌프란소쿄. 14세의 천재 공학도 히로는 형 타다시(목소리 주인공은 다니엘 헤니)의 의문의 죽음 이후 형이 남긴 치료용 로봇 베이맥스와 형의 죽음의 비밀을 밝히려 한다. 그러다 형의 죽음과 관련된 정체를 알 수 없는 가면 쓴 악당이 나타나고, 히로는 베이맥스 그리고 형이 다니던 연구실의 공대생 친구들과 힘을 합쳐 그 악당에 맞서 샌프란소쿄를 지켜낸다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북미 개봉 후 평가는 상당히 좋은 편으로 IMDB 평균 평점은 8.4점, 로튼토마토에선 평론가 88%가 좋은 평가를 하여 Fresh(신선함) 등급은 물론 "Certified Fresh (검증된 신선함)" 보증까지 추가로 받았으며, 유저 팝콘 스코어 역시 94%가 마음에 들어하며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미국 개봉 당시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가 같은 날에 포진한 탓에 ‘밀릴 것이다’라는 예상을 뒤엎고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했다. 월드 와이드 6억 5127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2014년 가장 흥행한 애니메이션 영화가 되었다.

 

  '주토피아' 하면 나무늘보가 생각나는건 나뿐인가?

# 스토리, 볼거리 … 뭐 하나 빠지는게 없네!

5. 주토피아(Zootopia, 2016)

어린시절부터 누구나 평등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을 꾸던 주토피아 최초의 토끼경찰관 주디 홉스는 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포유류들의 연쇄 실종 사건을 48시간 안에 해결하라는 지시를 받고 뻔뻔한 사기꾼 여우 닉 와일드와 협력,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뛰어드는데….

디즈니가 ‘주먹왕 랄프’ 이후 4년만에 선보인 오리지널 스토리의 55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북미 개봉일은 2016년 3월 4일로 한국에서는 2주 가까이 빠른 2월 17일에 개봉했다. 가족애와 해피엔딩을 추구하던 디즈니가 인종에 대한 다양성, 그리고 그에 따른 편견에 대해 이야기하는 등 실험적인 전개가 눈에 띄긴 하지만 전체 관람가 치곤 아이들이 보기엔 조금 어렵다는 평가도 있었다. 작중 나오는 인종차별, 성차별, 역차별 등에 대한 은유는 어린이들이 이해하기엔 다소 무거운 주제인 편이며,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할 패러디도 많은 편이다.

완성도와 주제의식 면에선 역디 디즈니의 명작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라는 평이 지배적이며 지극히 보수적인 면을 강조했던 디즈니 작품들 중에서는 꽤 진보적이라는 평가도 많다.

미국 3억 4126만 달러, 해외 6억 8197만 달러, 최종 10억 2324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 세계적으로 대히트를 쳤다.

 

  강인한 여성 캐릭터로 관객몰이에 성공한 '모아나'

#. 더 당당해진 바다소녀 “더 이상 공주는 없다”

6. 모아나(Moana, 2016)

모든 것이 완벽했던 모투누이 섬이 저주에 걸리자 바다가 선택한 소녀 모아나는 섬을 구하기 위해 머나먼 항해를 떠난다. 저주를 풀기 위해서는 오직 신이 선택한 전설의 영웅 마우이의 힘이 필요한 상황, 모아나는 마우이를 우여곡절 끝 설득해, 운명적 모험을 함께 떠나는데….

1990년대 ‘인어공주’, ‘알라딘’ 등 ‘디즈니 르네상스’를 빛낸 작품들을 만든 론 클레먼츠, 존 머스커 감독이 뭉친 디즈니 56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주인공 모아나는 ‘릴로&스티치’에 이어 디즈니 영화사상 두 번째 폴리네시안인 주인공이다. 모아나는 폴리네시아 지역 언어로 ‘바다’를 뜻하는 단어라고 한다.

개봉 직전 로튼토마토에서 112명의 평론가가 참여해 신선도 97%를 받았다. 평균점수도 8점으로 호평을 받았다. 참고로 네이버에선 네티즌 평점 9.14, 관람객 평점은 9.23%로 꽤 높은 편이지만 기자·평론가 평점은 6.40이다.

북미에선 개봉 전날 전야제 상영에서만 260만 달러, 최종수익(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6억 4000천만 달러를 넘게 벌어들였다.                                     <사진출처=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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