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집의 5월 특수가 사라져가는 양상이다. 꽃으로 축하를 대신하는 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여파도 확산하면서 꽃집 고객맞이가 예년만 못하다.
가장 먼저 청탁금지법의 영향권에 든 건 스승의 날(5월 15일)이다. 스승의 날이 돌아왔지만 맘 놓고 축하할 분위기가 아니다. 선생님들이나 학생들도 행여 청탁금지법에 저촉될까 우려해 될 수 있으면 조용하게 넘어가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청탁금지법 시행 8개월이 지났지만 학계에선 아직도 어디까지가 법 위반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현행법상 스승의 날 학생들이 돈을 모아 5만 원 이하의 선물을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다. 학생에 대한 지도, 평가 등을 담당하는 선생님과 학생(학부모) 사이에는 직접적 직무관련성이 인정돼 가액범위 내라도 허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카네이션의 경우 그 밖에 다른 법령·기준 또는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으로 해석해 가능하지만 학생대표 등에 의한 공개 전달만 허용된다. 개별적인 꽃 선물은 위법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 학생들 사이에선 스승의 날 행사를 예년과 다르게 준비하는 모습이 감지된다. 청탁금지법 시행 탓에 매년 자체적으로 진행해오던 행사를 취소하거나 축소해 진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전 A대학 영문학과 학생회장 서문규(24) 씨는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이번 스승의 날을 앞두고 대다수 학생회장들이 고민이 많은 것 같다”며 스승의 날을 앞두고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전했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안 그래도 불황에 허덕이는 화훼업 종사자들의 시름은 더 깊어가는 형국이다. 졸업과 입학시즌도 이젠 옛 말이 됐고 가장 바쁜 시즌이라는 5월 가정의 달도 기대를 접어야 할 형편이 돼버렸다.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을 앞두고 지역의 꽃 가게 앞 좌판에는 카네이션이 진열되기 시작했지만 정작 들어온 카네이션들은 어버이날을 위해 준비한 게 대부분이다. 화훼업을 하는 A 씨는 “청탁금지법 시행 때문에 스승의 날 카네이션은 평년에 비해 절반만 들여왔다”며 “준비는 해야 해서 물건을 떼오기는 했지만 팔리기나 할지 걱정스럽다”고 한탄했다.
수요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서 카네이션 가격도 떨어지는 양상이다. 대전 둔산동 꽃 도매시장의 경우 지난해 카네이션 한 송이에 3000∼4000원이었지만 올해엔 1000∼2000원, 20송이(1속)는 3∼4만 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꽃집을 운영하는 A 씨는 “꽃을 떼올 때 가격이 대부분 전년 대비 30~40% 정도 줄었다. 꽃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고 답답해했다.
업계는 청탁금지법의 과다한 적용이 화훼업계의 붕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한다. 사회적으로 꽃이 선물로만 인식된 상황에서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화훼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는 생각에서다. 홍은주 한국화원협회 대전지회장은 “김영란법의 어떤 케이스에 걸릴까봐 아예 안 받고 안 보내는 인식이 널리 퍼져버리면서 결과적으로 화훼업계의 위기를 불러왔다”며 “향후 청탁금지법의 개정과 함께 이제는 꽃을 선물이 아니라 생활 속의 꽃 문화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