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의 대가 '스튜디오 지브리' ②

  "자기 안의 원석을 찾아내서 오랜시간 동안 다듬는 거란다"

# 지나치지 말고 마음의 소리를 들으세요 

1. 귀를 기울이면(1995)

책읽는 것을 좋아하는 여중생 시즈쿠는 여름방학, 매번 도서카드에서 먼저 책을 빌려간 세이지란 이름을 발견하고 호기심을 갖는다. 어느 날 아버지의 도시락을 전해주러 가는 길. 지하철 안에서 혼자 탄 고양이를 보게 된다. 신기하게 여긴 시즈쿠는 고양이를 따라가다 골동품가게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주인 할아버지와 손자를 보게 된다. 그 손자는 다름 아닌 아마사와 세이지. 사춘기의 두 사람은 점차 서로의 사랑에 대해 알게 된다. 시즈쿠는 바이올린 장인을 자신의 장래로 확실히 정한 세이지를 보면서 자신의 꿈과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그 후 이탈리아 연수를 간 세이지가 돌아올 때까지 작가가 되고자 도전해 보기로 하고 소설을 쓰게 된다.

히이라기 아오이의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장편 애니메이션. 미야자키 하야오를 이어 스튜디오 지브리를 이끌 주역으로 기대받았던 콘도 요시후미가 감독을 맡았다. 1998년 콘도 요시후미가 동맥 파열로 쓰러지면서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됐다.

고교 진학을 앞둔 중학생 소녀와 소년이 아직 알수 없는 자신의 재능을 확인해 보려고 스스로를 시험하고 성장하는 스토리로 청소년기 누구나 한번쯤을 해봤을 진로와 꿈에 대한 고민을 현실적으로 풀어감에 따라 큰 공감대를 불러 일으켰다.

 

  "살아라, 살아 남아라, 너는 아름다우니까"

# 인류발전과 자연보호는 공존할수 없는가

2. 모노노케 히메(1997)

평화로운 마을 부근의 숲에 어느날 갑자기 재앙신이 나타난다. 에미시의 차기 족장 아시타카는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재앙신을 쓰러뜨리지만, 그 대가로 오른팔에 죽음의 각인이 새겨지고 죽음의 저주에 걸려버린다. 죽을 위기에 처한 아시타카는 자신의 생명을 갉아먹는 저주를 막기 위해 여행을 떠나게 된다. 예언에 따라 서쪽으로의 여행 중 '타타라 마을'에 다다른 아시타카는 거기서 일어나는 인간과 신들의 전쟁에 끼어들게 되고 산이라는 야생의 소녀를 만나게 되는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붉은 돼지 이후 5년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구상기간만 16년, 제작기간 3년, 제작비 200억원, 총 14만장의 동화가 들어간 대작이다.

주제는 미야자기 하야오 감독이 늘 탐구해왔던 자연과 인간의 관계지만 이전의 작품들과는 달리 잔혹하고 어두운 세계를 보여주며 인류발전과 자연보호는 공존할 수 없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번 일어난 일은 잊어버리지 않아. 다만 기억해내지 못할 뿐이지"

# “걱정마, 내가 꼭 구해줄게”

3.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어느 화창한 날, 10살 소녀 치히로는 부모님과 함께 시골로 이사를 가게 된다. 그러던 중 수상한 터널을 지나자 인간에게는 금지된 신들의 세계로 오게 된 치히로. 신들의 음식을 먹은 치히로의 부모님은 돼지로 변해버린다.

“걱정마, 내가 꼭 구해줄게…”

겁에 질린 치히로에게 다가온 정체불명의 소년 하쿠. 그의 따뜻한 말에 힘을 얻은 치히로는 인간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사상 초유의 미션을 시작하는데….

모노노케 히메를 발표하고 은퇴를 선언했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콘도 요시후미의 사망으로 결국 현장에 복귀해서 만든 작품으로 그가 좋아하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현재까지 일본 최대 흥행 영화일 정도로 관객의 호응을 얻었고, 뿐만 아니라 평론에서도 상당한 찬사를 얻었다. 최고의 애니메이션으로 인정받는 작품들 중 하나이자, BBC 선정 21세기 가장 위대한 영화 4위에 랭크되었다.

 

  "네가 어떻게 하면 너의 시간을 살아갈 수 있는지 방법을 생각해봐"

# 고양이 왕국으로, 함께 가실래요?

4. 고양이의 보은(2002)

17살 평범한 여고생 '하루'. 매일 매일이 따분하기만 하고 즐거운 일이 하나도 없다. 그날은 늦잠 자서 학교도 지각하고, 친구들 앞에서 창피까지 당하고 정말 우울한 날이었다. 그런데 집에 가는 길에 우연히 트럭에 치일 뻔한 고양이를 구해주었는데 그 고양이가 몸을 툴툴 털고 일어나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게 아닌가. 그 순간부터 그녀의 일상은 이상한 일로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하는데….

1995년작 ‘귀를 기울이면’의 주인공 츠키시마 시즈쿠가 쓴 이야기라는 설정으로 모리타 히로유키 감독의 연출작. 고양이 남작 바론이 두 작품에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한여름 나무 밑 그늘에 누워 달게 잔 낮잠 속의 짧은 꿈 같은 이 영화는 관습적이지 않은 스토리 전개와 선명한 캐릭터들로 유쾌하게 펼쳐진다. 시종 펼쳐지는 부드러운 유머가 옅은 색조의 화면과 잘 어울려 관객을 편안하게 해준다. 스스로 판단하고 거절하고, 원하는 ㄴ것을 얻기 위해 모험을 마다하지 않고 자기 시간을 산 하루는 영화 마지막에 부쩍 성장하고 당당해진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제서야 지키지 않으면 안될 것이 생겼어, 너야"

# 저주에 걸린 소녀의 희망가

5.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마녀의 저주로 인해 할머니가 된 소녀 ‘소피’. 절망 속에서 길을 걷다가 거대한 마법의 성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자신과 마법사 하울의 계약을 깨주면 저주를 풀어주겠다는 불꽃악마 캘시퍼의 제안을 받고 청소부가 되어 ‘움직이는 성’에 머물게 되는데….

지브리의 대표작 중 하나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다음으로 상업적으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두었다. 로튼토마토 등 해외 사이트에선 평가가 상당히 좋았고, 한국에서도 흥행에 대성공하여 아직까지도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하고 인기가 많은 지브리 작품 중 하나이다.

지브리에서 내놓은 작품 중에서는 상당히 보기 드물게, 판타지나 동화와 같은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는데다 특유의 아름다운 배경 작화와 BGM으로 유명하며, 특이사항으론 지브리의 성공작들 중에서 일본 색채나 문화가 아예 가미되지 않은 작품이다. 공중산책 장면이라던가 후반부의 소피와 하울의 키스신 등의 장면으로 유명하다.

또한 지브리의 남녀 주인공들이 여운을 남기고 재회를 약속하며 헤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반해 소피와 하울은 여운이나 해석의 여지없이 꽉 닫힌 해피엔딩을 맞았다.

<사진출처=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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