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확장공사 부지 산단 편입에…도시공사, 가처분신청 냈지만 패소

하소산업단지 개발을 두고 법적 다툼을 벌여온 옛터민속박물관과 대전도시공사의 갈등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소송에서 패소한 대전도시공사가 항고 의지를 내비치면서 법정 다툼은 장기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옛터민속박물관은 당초 협소한 박물관 여건을 개선하고자 인근 부지를 활용해 확장 공사를 계획 중이었다. 그러나 해당 부지가 하소산업단지에 편입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도시공사 측은 산업단지 부지에 편입된 땅에 설치된 박물관 컨테이너 2동과 장독대 등을 두고 공사 지연을 위한 불법점거라며 철거를 요구했지만 박물관 측은 해당 부지는 공사 이전부터 계속적으로 점유해왔고 부지 일부가 편입되면서 박물관이 보존·관리하고 있는 문화재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주장으로 맞섰다.
도시공사는 옛터민속박물관을 상대로 토지인도 등 가처분신청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옛터민속박물관의 손을 들어줬다. 대전지방법원 21민사부(재판장 문보경)는 박물관이 불법 점유하고 있다는 토지는 지역의 문화시설로서 역사적 가치가 있는 유물들을 소장하고 있는 옛터박물관의 부지로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에 부지 일부가 편입되면서 박물관이 보존·관리하고 있는 문화재에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이에 따라 도시공사가 일반 산업단지 개발 실시 계획 승인 신청서에 문화재의 보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서류를 첨부해야 함에도 이를 첨부하지 않아 산업단지 개발 실시 계획의 하자 유무가 장차 문제가 될 여지를 남겼다고 판단했다.
환지와 관련해선 박물관과 도시공사 간 환지 여부 및 환지 대상 토지, 분양가격 등에 관한 협의가 진행되던 도중 도시공사가 전격적으로 박물관 부지를 산업단지에 편입시키고 수용재결 신청을 진행했으며, 이 때문에 박물관 측이 보상공고에서 정한 협의기간 내 환지신청을 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해 환지 대상 토지 및 분양가격에 대한 협의의 여지가 남아있는 점을 고려해 본안 판결 확정 전 토지 인도단행 및 공사방해가처분을 인용해야 할 급박한 사정을 찾기 어렵고 도시공사가 주장하는 손해는 금전적 손실에 불과하다고 보이는 점을 감안해 가처분으로 시급히 인도 등을 명할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정했다.
재판부의 이 같은 결정에 양 측의 반응은 엇갈렸다. 당장 도시공사 측은 재판부 결정에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박물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원만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과적으로 재판 과정에서 도시공사가 주장한 내용들이 거의 인용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도시공사 관계자는 “정해진 법이나 규정, 지침에 따라 할 수밖에 없는 데 박물관 쪽에서 무리한 요구를 계속하고 있다. 계획대로면 8월 준공인데 사업이 계속 지연되면서 산업단지에 입주할 분들만 선의의 피해자가 되고 있는데 이것 이상으로 급박한 필요성이 어디 있느냐”고 우려했다. 문화학교 등 애초 박물관의 협소한 시설 확장을 위해 해당 토지 외엔 다른 대안이 없다는 박물관 측은 도시공사가 항소하더라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원만한 해결의 여지는 닫지 않고 있다. 김재용 옛터민속박물관장은 “문화시설이 열악한 대전에서 박물관이 가지는 상징성은 제법 크다. 이 때문에 우리 박물관의 시설 확장은 꼭 필요한 일임에도 개발 논리에 휩쓸려 문화유산 보존과 교육을 담당하는 박물관의 역할이 제약받는 현실이 안타깝다. 법정 다툼에서 물러설 생각은 없지만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적절한 대안이 마련되면 원만한 타협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