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착상 전 배아, 기본권 주체 아니다"

최근 “착상되지 않은 배아는 기본권의 주체가 아니므로 헌법소원을 낼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착상되지 않은 배아와 독립된 인간 사이의 개체적 연속성을 확정하기 어렵다"며 "착상되지 않은 배아를 기본권의 주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이로써 임신에 사용하고 남은 배아의 보존 기간을 5년으로 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폐기해야한다는 생명윤리법이 합헌 판정을 받았다. 잔여배아가 부적절한 연구목적으로 부당하게 사용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법적 판결에 무게가 실렸다.이를 통해 배아세포에 대한 연구와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 공방이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배아 연구를 두고 ‘생명의 시작은 어디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다시 이루어질 지 귀추가 주목된다.또 배아세포 연구에 박차를 가해 희귀?난치병 치료 등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지도 관심거리가 됐다.◆재판부, 배아 기본권 부인 왜?부산 거주 남 씨 부부와 윤리학자, 법학자, 의사 등 11명과 초기배아 2개를 포함한 13명이 청구인으로 남 씨 부부가 만든 배아가 일정 조건에서 연구대상으로 할 수 있도록 허용한 생명윤리법 규정 등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지난 2006년 헌법소원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세 가지 이유를 들어 배아의 기본권 주체성을 부인했다.수정 후 14일이 경과해 원시선이 나타나기 전의 수정란 상태인 초기배아는 자역과학적 인식 수준에서 독립된 인간과 개연성을 확정하기 어렵다는 것.또 배아는 모태 속에서 수용될 때 비로소 독립적인 인간으로서 성장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 수정 후 착상 전 배아를 인간으로 인식하기엔 사회적 승인이 아직 이뤄지지 않음을 이유로 들었다.하지만 헌법재판소는 배아를 생명체라고 인정할 수 있는 시기가 언제부터라고 언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제한적이나마 배아연구의 길이 열렸고 생명윤리법에서 구체적인 연구범위를 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판결로 생명윤리법에 대한 논란과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황우석 트라우마, 어떻게 극복할까.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 공방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 황우석 박사가 있다. 지난 2005년 사이언스지에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전 세계인의 눈이 황우석 박사의 행보에 집중됐다. 난치병 치료에 대한희망을 품었던 환자들은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의 “줄기세포는 없다”는 폭로에 황 박사 논문허위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자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이후 붉어진 김선종 연구원의 난자 조작과 매매에 대한 윤리적 문제가 제기되면서 생명윤리에 대한 세계적인 경각심을 일깨웠다. 황우석 박사의 서울대 교수직 사퇴로황우석 트라우마는 한동안 잠잠해졌다. 5여 년이 흐른 지금 황우석 박사는 에이치바이온 대표이사로서 줄기세포 특허권을 서울대로부터 넘겨받아 바이오 신소재와 바이오 장기, 체세포핵 이식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5여 년이 지난 지금도 황우석 박사 사건이 회자되는 것은 생명윤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함을 방증한다. 앞으로도 황우석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줄기세포 치료제 진일보그동안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는 다양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며 진일보해 왔다. 배아줄기세포보다 분화력이 약한 생체줄기세포를 통한 임상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보다 윤리적으로 자유로운 생체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제 연구가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알엘엘바이오사의 버거씨병 치료제 ▲메디포스트-성균관의대가 공동으로 개발하는 관절염 치료제 ▲가톨릭의대의 뇌졸증 치료제 ▲파미셀사의 급성 심근경색 치료제 ▲영남대 뇌졸중 치료제 등이 동물실험과 임상 실험을 거쳐 그 효능을 인정받고 있다.성체줄기세포는 상처나 사고로 조직이 손상됐을 때 근육이나 뼈, 지방, 신경 등의 세포로 분화돼 손상을 복구한다.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안정성이 입증돼 임상연구가 꾸준히 진행 중이다.용어설명◆체세포핵이식 행위 = 핵이 제거된 난자에 체세포 핵을 이식하는 것을 말하며, 이를 통해 배아를 생성시키는 것이 체세포 배아복제 연구다. 복지부는 체세포 핵이식 행위를 할 수 있는 연구 범위를 규정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배아는 임신 이외의 목적으로 배아를 생성해서는 안되며 불임 치료 및 근이영양증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희귀?난치병 치료를 위한 연구에만 쓰인다.◆초기배아 = 수정 후 14일이 경과해 원시선이 나타나기 전의 수정란.◆원시선 = 수정한지 14일 이전 배아는 척추, 내장 등 신체기관이 발생하지 않은 채 무한 세포분열을 거듭하다 14일을 기점으로 척추가 자라는 원시선(Primitive Streak)이 생기는 태아의 단계로 나간다. ◆줄기세포 = 특정 장기로 분화되기 전 배아기의 세포. 이 세포는 심장이나 신장, 간, 혈액,신경 등 인간의 온갖 장기와 신체 조직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갖고 있어 '만능세포'로도 불린다. 배아세포를 복제한 뒤 인공적 통제를 통해 심장, 신장, 골수 등 필요한 줄기세포 부분을 집중 배양하여 이 부분만 적출, 장기이식 등 환자의 치료에 쓸 수 있다는 것. ◆생체줄기세포성체줄기세포는 제대혈(탯줄혈액)이나 골수, 뇌세포 등 이미 성장한 신체조직에서 추출해 낸 것으로 뼈와 간, 혈액 등 장기 세포로 분화 직적의 원시세포다. 증식이 어렵지만 쉽게 분화돼 장기 재생과 각 장기에 맞게 분화 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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