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취지 교육수준 못미쳐 내국인 입학비율 확대
국내 학력 인정 포함 명문대 진학코스로 전락
신입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대전국제학교가 지난 2일 대전시교육청에 학칙변경 인가를 신청했다. <본보 6월 29일자 4면 보도>
변경될 학칙에는 내국인 입학비율을 현재 학년별 정원의 30%에서 45%로 확대하고, 국어와 국사 등의 과목을 이수해 국내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해당 학칙변경이 승인될 경우 내국인 입학자격이 완화되고, 국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학력도 인정된다.
국내 거주 외국인 자녀의 교육여건 개선이란 설립 취지에 벗어나 대학진학에 유리한 ‘제2의 특목고’, ‘귀족학교’ 등으로 변질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외국인학교의 규제완화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2009년 외국인학교의 내국인 학생 비율을 정원의 30%로 제한하되 시·도의 여건을 고려해 20% 범위 내에서 추가로 증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외국인학교 및 외국인유치원의 설립·운영에 관한 규정’을 제정,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외국인학교 졸업생에게 국내 대학 진학 자격을 주며, 국내 사립학교 법인이 외국인학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특히 외국인학교가 국어 및 사회(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사회 교과는 국사 또는 역사를 포함)를 포함해 2개 교과 이상을 각각 연간 102시간 이상 이수하는 내국인 학생에 대해서는 학력을 인정해 바로 국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했다.
◆내국인 비율 높은 이유는
교육환경이 기대치에 못 미쳐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보내지 않으려는 경향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일부 외국인학교를 제외하고는 규모나 시설, 커리큘럼이 외국인이 원하는 교육서비스 수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교운영 법인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는 수입이 보장돼야 하기 때문에 당장 내국인을 중심으로라도 학교를 운영해야 하는 입장이다.
결국 빈자리를 내국인이 채우게 된 것이다.
◆조기유학 부추길 수도
대전국제학교의 학칙이 변경될 경우 불법 조기유학을 부채질하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 동안 조기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학생들이 이 학교를 졸업해도 학력인정이 안 돼 특목고나 대학 등에 바로 진학하지 못하고 검정고시를 치러야 했다.
그러나 학칙이 변경될 경우 학력이 인정되기 때문에 대전국제학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들이 외국어 우수자나 외국 체류 경험자를 우대하고 있다는 점도 조기유학을 통한 국제학교 입학이 늘 것이란 방증이라 할 수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 관계자는 “외국인학교를 국내 명문대학 입학을 위한 ‘디딤돌’로 이용하려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며 “졸업생의 국내 학력을 인정해 주고 입학 자격도 완화하면 내국인 부유층 자녀를 위한 변질된 교육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전시교육청의 결정은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009년 교과부에서 제정한 ‘외국인학교 및 외국인유치원의 설립·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라 내국인 학생 비율을 50%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외국인 교육여건 개선이라는 학교 설립취지를 고려해 내국인 비율을 30%로 최종 결정했다.
대전시교육청은 현재 대전국제학교의 학칙변경에 대한 인가를 검토 중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국제학교의 운영 측면과 설립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다른 시도의 국제학교 내국인 비율 조정현황 등을 고려해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