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너 어디서 왔니?

저는 대전 대사동 대전아쿠아리움에서 살던 철갑상어예요. 아쿠아리움 수족관에서 날렵한 몸매를 자랑하며 보여주는 것이 제 일이었지요.

며칠 전부터 저하고 제 친구가 갑자기 몸이 안 좋아졌어요. 생명이 오래가지 못하는 고비에 이르게 됐지요.  수족관을 나와서 계곡 흐르는 물에서 휴식을 취하면 좀 나을까, '치료' 목적으로 계곡에서 '자유'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지요.

아, 물론 제 힘으로 계곡으로 나온 건 아니고, 아쿠아리움 아저씨가 계곡에 풀어줬지요. 

 

 

그런데 어제(10일) 저녁쯤 대전 중구지역에 세찬 소나기가 내리면서 계곡물이 불어나 큰물에 쓸려 대전천까지 밀려 온 것이에요. 저도 정신이 없었어요. 정신을 차려보니 대전천에 있더군요.

저 때문에 많이 놀란 분들 많을텐데 죄송해요. 하지만 '저는 사람에게 위험하지 않아요. 물고기도 전혀 안 잡아먹지 않지요.' -(아쿠아리움 관계자의 말)

아직 찾지 못한 또 한 친구는 어디에 있는지 저도 모르겠어요. 계곡에서 헤어졌는데, 그 친구도 몸이 많이 아파서 잘 있지는 못할거예요. 곧 발견될 거예요.

저는 이제 진정한 자유의 몸이 되었어요.

#0. 10일 밤 10시 35분께 대전천변을 산책하던 시민의 신고 전화. 
 "인동 인창교 인근 대전천에 민물 철갑상어가 있어요."
 출동한 119구조대는 1.7m 철갑상어를 산 채로 구조해 구청에 인계했다. 하지만 곧 죽고 말았다. 

정리=편집부, 사진=대전 동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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