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3주기 故 로빈 윌리엄스의 출연작들

‘영원한 캡틴’ 로빈 윌리엄스가 세상을 떠난지 3년이 흘렀다. 2014년 8월 11일 파킨슨병 진단과 극심한 우울증으로 자살을 선택한 그였지만, 대중들에게 그의 죽음은 여전히 낯설다.

지금이라도 푸근한 미소를 머금은 채 스크린에 등장하는 그를 상상하는 건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이번주는 로빈 윌리엄스의 3주기를 맞아 그가 출연한 영화 5편을 소개한다.

 

공군 라디오 방송 DJ 크로너는 베트남 전쟁을 만담으로 풍자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 위대한 루이 암스트롱의 목소리였습니다

1. 굿모닝 베트남(1987)

1965년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사이공에 공군 라디오 방송의 DJ로 새로 부임해 온 애드리안 크로너. 그는 상관으로부터 지시받은 갖가지 규제와 지시사항은 깡그리 무시하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방송을 진행한다. 크로너는 폭발적으로 터져나오는 유쾌한 멘트 사이사이 날카롭고 풍자적인 농담으로 베트남 전쟁을 비판하고 있다.

방송의 시작을 알리는 “굿~ 모닝 베트남~~”과 함께 루이 암스트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가 흐르는 가운데 전쟁 중의 베트남을 평화롭게 그린 장면은 잔인한 전쟁의 일면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전쟁은 허락될 수 없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로빈 윌리엄스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으로 학생들이 하나 둘씩 책상으로 올라가 'Oh Captain! My Captain'을 외치며 마지막 인사를 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

# 자신만의 걸음으로 자기길을 가라, 사람들이 무어라 비웃든간에

2. 죽은 시인의 사회(1989)

로빈 윌리엄스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으로 1950년대 미국의 보수적인 사립명문고를 배경으로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와 부모의 비뚤어진 욕망을 비판하고 있다.

윌리엄스는 웰튼 아카데미의 졸업생이자 영어교사로 새로 부임한 존 키팅 역을 맡아 엄격한 규율과 입시제도에 억눌린 학생들에게 참된 인생이 무엇인지 일깨워준다.

‘Oh Captain! My Captain!’, ‘카르페 디엠(Carpe Diem-현재를 즐겨라)’과 같은 명대사와 함께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 감동은 여전하다.

참고로 소심하고 유약한 전학생 토드 앤더슨을 연기한 스무살 에단 호크의 풋풋한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

 

한때는 잘나가는 인기DJ였지만 한순간의 말실수로 폐인이 된 루카스(오른쪽)와 사랑하는 아내를 살인사건의 희생자로 떠나보내고 결국 미쳐버린 교수 페리.

# 피셔킹 이야기 들어본 적 있어?

3. 피셔킹(1991)

뉴욕 방송국의 인기DJ 잭 루카스(제프 브리지스)는 속물 애인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 한 열성팬의 전화를 받고 농담삼아 죽여버리라는 말을 한다. 그러나 그 열성팬은 그의 말에 따라 살인극을 벌이고 제프는 자신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됐다는 죄책감으로 폐인처럼 살아간다. 3년 후 잭은 성배를 찾아 뉴욕을 헤매는 미치광이 교수 페리(로빈 윌리엄스)와 친분을 나누게 되지만, 그의 부인이 자신의 실수로 벌어진 살인극의 희생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현대사회의 고독감과 삭막함을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장면을 통해 드러냄으로써 상처받고 고통받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코믹하면서도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게, 어두운 듯 하면서 침울하지 않게 그려내고 있다. 미치광이 교수를 실감나게 연기한 로빈 윌리엄스는 이 영화로 세 번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아카데미 협회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애니메이션 '알라딘'의 이미지를 올려 로빈 윌리엄스의 죽음에 애도의 뜻을 표했다. 사진출처=아카데미 트위터 캡처

# 지니, 넌 이제 자유야(Genie, you're free)

4. 알라딘(1992)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알라딘’에서 ‘램프의 요정 지니’를 특유의 목소리와 흥 넘치는 연기로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로 재탄생시켰다. 로빈 윌리엄스는 목소리만으로 지니에 완벽하게 녹아들면서 익살스럽고 촐싹대기도 하지만 사랑스러운 인물로 대중들의 머릿속에 기억되고 있다.

미국 최대의 영화단체 아카데미 협회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지니, 넌 이제 자유야’라는 글과 함께 ‘알라딘’의 이미지를 올려 명배우 로빈 윌리엄스의 죽음에 애도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 이어 이상적인 멘토를 연기했던 로빈 윌리엄스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 윌, 네 잘못이 아냐(Will, It's not your fault)

5. 굿 윌 헌팅(1998)

천재 청년 윌 헌팅(맷 데이먼)은 보스턴 빈민가에 살며 명문 MIT에서 청소부로 일한다. 윌은 교수들도 쩔쩔매는 수학문제를 싱겁게 풀어버린다. 램보(스텔란 스카스가드) 교수는 이 반항적인 천재를 세상으로 끌어내려 하지만, 윌은 방황한다. 램보 친구인 심리학교수 숀(로빈 윌리엄스)이 상담을 맡으면서 윌과 숀 사이엔 마음을 여미고 열려는 승강이가 시작된다.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음에도 불우한 환경 탓에 마음의 문을 닫은 한 청년과 참다운 스승 사이의 따뜻한 이해 과정을 그린 이 작품에서 로빈 윌리엄스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처럼 젊은 가슴에 걸린 빗장을 푸는 숀을 연기한다.

고아가 된 사연을 처음으로 털어놓고 오열하는 윌을 숀은 오랫동안 포옹하곤 이렇게 위로한다. "It's not your fault. It's not your fault(네 잘못이 아냐, 네 잘못이 아냐)."

<사진=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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