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vs 복싱] 코너 맥그리거 vs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 관전 포인트

세기의 대결이 다가온다. 세계 최강의 사나이들이 격돌한다. 그 주인공은 코너 맥그리거와 플로이드 메이웨더이다. 이들은 각각 UFC와 복싱을 제패한 선수들이다. 

맥그리거는 UFC 페더급(-65)과 라이트급(-70) 두 체급을 제패한 전대미문의 역사를 썼다. 메이웨더는 복싱 전적 49승 전승을 거둔 살아있는 전설이다. 이들은 27일 복싱으로 맞붙는다.

 

#. 어떻게 성사됐을까

"MMA랑 복싱은 있잖아, 두 종목은 아예 다른거야. 장거리달리기 선수와 단거리달리기 선수만큼 다른거야." 

前 복싱챔피언 쉐인 모슬리의 말처럼 MMA와 복싱은 상당히 다른 종목이다. 복싱은 오로지 펀치만을 이용하는 반면 UFC는 펀치는 물론 킥과 레슬링, 그래플링(주짓수,서브미션) 등을 모두 사용한다. 또한 복서들의 대결은 3분 12라운드 사각링에서 펼쳐지지만 UFC 챔피언 매치는 5분 5라운드이며 경기장은 둥근 옥타곤이다. 이뿐만 아니라 글러브 역시 복싱에서는 8~10온스의 두터운 글러브를 UFC에서는 오픈 얇은 오픈핑거 글러브라는 차이도 있다.

전혀 다른 종목 활동에도 두 선수는 오는 27일 복싱 경기장에서 맞붙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경기가 성사되었을까? 이는 이번 경기에 걸린 천문학적인 대전료 때문일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결에서 양 선수 모두 1억 달러에 가까운 수익을 거둘 것이라고 전망한다.

맥그리거가 UFC에서 1년간 번 수익이 8000만 달러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그의 입장에서는 군침이 당기는 매치였던 것이다. 따라서 그는 끊임없이 메이웨더를 향해 도발해왔고 결국 경기를 성사시켰다.

메이웨더 역시 막대한 대전료에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그의 입장에서 복싱 초보자인 맥그리거는 ‘떡밥’(?)이라고 생각됐을 가능성도 높다. 매니 파퀴아오, 미구엘 코토 등의 정상급 복서들과 상대해온 메이웨더에게 전혀 다른 종목에서 넘어온 맥그리거는 상대적으로 손쉬운 상대로 보일 수 밖에 없다. 

또한 이미 대다수의 정상급 복서들을 제압했기 때문에 흥행을 일으킬만한 상대가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중량급에 게나디 골로프킨 정도가 남아 있기는 했지만, 위험부담이 너무 큰 상대이다. 따라서 메이웨더는 상대적으로 약체인 맥그리거를 상대로 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 맥그리거 돌풍 일으키나?

대부분의 복싱 전문가들은 메이웨더의 낙승을 예상한다. 그러나 일부 다른 견해를 표출하는 이들도 있다. UFC 플라이급 챔피언 드미트리우스 존슨은 맥그리거의 이변 가능성을 예상했다. 전 UFC라이트급 챔피언 에디 알바레즈 역시 4라운드 안에 맥그리거가 승부수를 띄운다면 그에게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들의 예측은 맥그리거가 그 동안 보여줬던 압도적이고 신비한 경기력에 기인한다. 

그는 UFC 페더급 최강이라고 평가받던 조세알도를 13초만에 쓰러뜨렸다. 알도가 레프트 잽으로 들어가는 순간 맥그리거의 레프트 스트레이트가 알도의 턱을 강타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기적같은 승리는 알도와 경기뿐만 아니다. 

맥그리거는 모두가 무모하다는 상위 체급 라이트급에 도전한다. 상대는 에디 알바레즈였다. 당시 알바레즈는 극강이라고 평가 받던 도스 안요스를 쓰러뜨리고 라이트급을 평정한 상태였다. 그러나 그런 그를 맥그리거는 2라운드 만에 옥타곤 바닥에 눕힌다. 1라운드 레프트 스트레이트로 한차례 다운을 뺏는 등 시종일관 압도하다가 2라운드 속사포 같은 펀치를 내뿜어 승리했다. 보는 이들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알바레즈의 현란한 풋워크와 위빙과 덕킹은 맥그리거의 펀치를 피해내지 못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맥그리거의 펀치의 적중률이 높은 이유는 뭘까? 맥그리거는 175cm 키에 리치(팔 길이)가 무려 72인치(185cm)에 이르는 체급 내에서 월등한 신체조건을 지녔다. 게다가 사우스포(왼손잡이)로 오소독스(오른손잡이)에게 까다로운 스탠스이다. 많은 파이터들이 주먹이 닿지 않는다고 판단한 거리에서도 맥그리거의 펀치는 그들의 턱을 적중시켰다. 그의 승리 공식은 비교적 단순하다. 오른손을 활용하여 거리를 재고 상대를 도발한다. 초조해진 상대가 전진스탭으로 들어오는 순간 그는 숨겨뒀던 레프트 스트레이트를 꺼내든다.

 

#. 견고한 메이웨더의 아성

하지만 메이웨더는 산전수전을 겪은 노련한 복서다. 그는 역대 최고의 수비형 복서로 평가 받는다. 단타위주지만 정교한 펀치, 위기시 어김없이 그를 보호하는 숄더롤(어깨를 이용한 수비)은 어느 복서도 뚫지 못했다. 잽 주다의 아웃복싱이나 마이디나의 변칙적인 움직임에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이들 모두를 제압하고 현재 49전 무패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8체급을 석권한 매니 파퀴아오조차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철저한 포인트 위주의 게임 플레이도 맥그리거가 넘어야할 산이다. 노련한 메이웨더인 만큼 맥그리거와 맞불을 놓기보다 아웃복싱 위주의 경기를 펼치며 단타 위주로 점수를 쌓을 가능성이 높다. 맥그리거의 리치가 길다고는 하지만, MMA식의 단타 위주의 펀치로는 메이웨더에게 클린히트를 성공할 확률은 낮다. 또한 메이웨더는 이미 맥그리거와 비슷한 신체조건 혹은 이상의 복서들과 많은 경험을 가졌다. 그가 상대했던 모슬리는 175cm였고, 오사카 델라 호야는 179cm의 신체조건을 지니고 있다. 

왼손잡이와의 경험 역시 풍부하다. 잽 주다와 매니 파퀴아오가 그들이다. 특히나 맥그리거의 신체적 조건들(175cm, 왼손잡이)을 지닌 로버트 게레로와의 대결에서는 다운을 뺏는 등 완승을 거뒀다. 이런 메이웨더의 경험들을 고려해 볼 때, 맥그리거의 승산은 매우 낮아보인다.

 

#. 변수는 있다

맥그리거의 이변이냐? 메이웨더의 낙승이냐? 

많은 파이터들이 엇갈린 견해를 내놓고 있으며, 두 파이터의 장단점 역시 다르다. 특히 맥그리거가 복싱 경기를 한 차례도 가진 적이 없었던 만큼, 복싱에서 보여줄 그의 스타일 역시 베일에 싸여 있다.

다만 그의 기량과 스타일을 짐작해 볼 수 있는 것은 폴 말리지니와의 복싱 스파링 매치일 것이다. 폴 말리지니는 WBA와 IBF 등을 석권한 정상급 복서이다. 메이웨더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상당한 실력자로 인정받는다. 그와의 스파링에서 맥그리거는 그에게 논란의 다운을 뺏는다. 양측의 주장이 다르지만, 영상만 보았을 때 맥그리거가 말리지니를 압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스파링에서 맥그리거가 보여줬던 것은 숏블로였다. 영상을 본 메이웨더가 토끼펀치(뒤통수를 때리는 잔펀치)라고 비난하기는 하지만, 분명히 그의 공격들은 말리지니에게 상당한 데미지를 줬다. 

이와 같은 영상을 토대로 맥그리거의 전략은, 우수한 신체조건과 MMA를 통해 다져온 레슬링을 활용해 메이웨더에게 접근전과 클린치를 시도, 더티복싱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복싱에서 레슬링 자체를 사용할 수는 없지만, 클린치(끌어안기) 상황에서 상체를 활용한 포지션 싸움에서 활용될 여지는 있다. 보통 클린치에서 불리한 위치에서 밀리는 쪽이 체력적인 고갈이 크며, 같은 숏펀치를 뻗더라도 데미지를 더 받게 된다. 따라서 맥그리거는 이 점을 노릴 수 있다.

혹은 과거 MMA 파이터로서 K-1을 제패한 알리스타 오브레임 처럼 매치기 등의 반칙 공격 등을 이용할 수도 있다. 물론 복싱에서 펀치 이외의 공격은 허용되지 않지만, 경기를 중단시킬만한 큰 반칙 공격이 아니라면 레프리가 개입할 여지는 적다. 이외에도 8온스 글러브로 경기를 한다는 점과 은퇴한 메이웨더가 2년만에 복귀하는 경기인 만큼 그의 기량이 전성기와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경기를 예측하고 변수가 무엇인지 유추해보는 이 모든 과정이 어쩌면 무의미할 수도 있다. 결국 승자와 패자의 운명은 27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가스 T-모바일 아레나에서 가려질 것이다.

신성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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