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그날의 진실은?

운명은 때로 우리에게 감미로운 산들바람을 보내고 때론 따뜻한 태양빛을 선사하며, 때로는 삶의 계곡에 ‘불행’이라는 질풍을 불어넣고 뒤흔든다. 이 책은 한국문단의 ‘아마존’, 세계문학상 수상작가 정유정의 장편소설로,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파멸의 질주를 멈출 수 없었던 한 사내의 이야기이자, 누구에게나 있는 자기만의 지옥에 관한 이야기며, 물러설 곳 없는 벼랑 끝에서 자신의 생을 걸어 지켜낸 ‘무엇’에 관한 이야기다.

7년의 밤 동안 아버지와 아들에게 일어난 슬프고 신비로우며 통렬한 이야기. 소설은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군상, 인간의 본질을 밀도 있게 조명한다. ‘세령호의 재앙’이라 불리는 사건에서 살아남은 열두 살 소년 서원. 세상은 그에게 ‘살인마의 아들’이란 올가미를 덧씌우고, 친척집을 전전하던 서원은 결국 모두에게 버려지고, 세령마을에서 한집에서 지냈던 승환을 만나 함께 살기 시작한다. 세령호의 재앙으로부터 7년 후 세간의 눈을 피해 살던 승환과 서원은 야간 스쿠버다이빙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청년들을 구조하게 되고, 이 일로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된 서원은 누군가로부터 세령호의 재앙이 낱낱이 기록된 한 편의 소설을 배달받는다. 교통사고를 당한 뒤 누군가에게 목 졸려 죽은 소녀를 둘러싸고 세령마을에서 일어났던 그날 밤의 사건. 서원에게 전해진 소설 ‘세령호’는 7년 전 세령호의 재앙을 낱낱이 기록해 사건의 이면에 숨겨져 있던 진실을 이야기한다. 오랜 기간 수면 아래에 잠들어있던 진실은 7년의 시간을 넘어 다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사실과 진실 사이에서 방황하며 어둠의 시간을 걸어온 존재들은 그 시간을 딛고 서서히 진실의 맨 얼굴과 조우하기 시작한다.

이 소설은 올해 영화로도 개봉 예정으로 연기파 배우 류승룡, 장동건, 송새벽이 열연한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꼭 챙겨보고 있기에 원작을 읽은 나로서는 영화가 얼마만큼 디테일하게 이야기를 풀어낼지 사뭇 궁금하다. 추리와 스릴러를 좋아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과 소설이 영화화된다는 것, 그리고 각종 매체를 통해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탐독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책장을 덮으면서 작가는 말한다. ‘사실과 진실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실과 진실 사이에는 ‘그러나’가 있으며, 7년의 밤은 ‘그러나’에 대한 이야기라고. 이 소설에 반전은 없다. 하지만 예고된 파국과 그 속으로 뛰쳐 들어가는 모든 인물들의 치열함 속에서 우리는 ‘그러나’를 발견한다. 인생이라는 삶의 계곡에 뜻하지 않는 불행이라는 질풍이 찾아와 우리의 일상을 뒤흔들 때 우리는 최선이라는 것을 선택한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최선을 두고 최악의 패를 잡는 이해 못할 상황도 빈번하게 만들어 놓는다. 후회되는 삶속에서 ‘운명이 난데없이 변화구를 던지는 밤’ 당신이라면 그 저주받은 생을 어떤 타구로 받아칠 것인가?

이경아 서천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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