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시장직을 잃은 권선택 대전시장이 14일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 위해 시청 기자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시정 사상 초유의 ‘시장(市長) 공백’ 사태에 지역 정치권은 안타까움을 표하며 흔들림 없는 시정 운영을 당부하면서도 미묘한 온도차를 보였다. 권선택 시장의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은 착잡한 분위기 속에 고개를 숙였고, 자유한국당은 혼선이 우려되는 시정을 다잡는 데 협조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권 시장의 낙마에 ‘지방 적폐세력 청산’이란 의미를 부여했고, 정의당은 지역사회에 갈등을 유발한 월평공원 민간특례사업, 갑천친수구역 개발사업 중단을 시에 요구하고 나섰다.

14일 대법원 상고심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형이 확정되며 권 시장이 불명예 퇴진하자 민주당 대전시당은 “대법원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오랜 기간 기대와 걱정으로 함께한 당원과 시민들께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라며 “가슴 아픈 결과를 뼈아프게 새기고 시민의 눈높이에서 시민을 위한 정책에 힘쓸 것을 약속드린다. 당 소속 국회의원·지방의원이 힘을 모아 현안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대전시당은 “정책의 유불리를 떠나 시장의 부재는 시민의 안녕과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시는 한 점 흐트러짐 없이 시정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직사회의 동요를 막아야 한다”라며 “시정 안정과 시민 안전을 위한 어떠한 시책에도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협조할 것”이란 입장을 피력했다.

국민의당 대전시당은 “권 시장은 민선 대전시장으론 최초로 임기 중 사퇴하는 첫 시장이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매우 안타깝다”라며 유감의 뜻을 표하면서도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고, 촛불의 힘으로 박근혜 정권을 퇴진시켰듯 이번 재판이 지방 적폐세력 청산의 첫 출발이 되길 바란다”라며 권 시장이 지방 적폐세력임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또 “권 시장에 대한 재판으로 지난 3년여간 시정 공백이 초래됐는데 더 이상 공백이 있어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바른정당 대전시당은 “임기 내내 당사자인 권 시장뿐 아니라 불안한 시정을 지켜보는 시민들도 혼란스러웠다. 이제 남은 민선 6기 임기 동안 대전시는 행정부시장 권한대행 체제로 전열을 정비해 시민과 소통하며 차분히 시정에 전념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정의당 대전시당은 “만시지탄(晩時之歎)으로, 이번 판결은 불법적 정치자금에 대한 단호한 판단이다. 지난 9일 직을 상실한 이승훈 전 청주시장과 권 시장은 임기 대부분을 재판으로 표류시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었다. 이는 선거법 사건 재판 진행에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당 소속 단체장의 위법행위에 대해 민주당은 시민에게 책임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라며 시장 권한대행을 맡게 된 이재관 행정부시장에게 “월평공원 민간특례사업, 갑천친수구역 개발사업 등 논란 속에 권 시장이 밀어붙인 사업들을 전면 중단하고, 오직 시민의 삶과 직결된 민생만 챙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