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7기 지방선거를 200여 일 앞두고 권선택 전 대전시장이 낙마하면서 대전의 선거 분위기가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법원의 직위 상실 선고로 하루아침에 시장 공백 사태가 야기되며 그렇지 않아도 물밑에서 달궈졌던 선거판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때문으로, 정작 지방자치의 주인인 시민들은 도외시된 채 정치꾼들의 정치공학적 논리가 판쳐 정치 불신과 혐오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살아있는 권력인 현직 시장의 거취가 불투명할 때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논의들이 그의 사퇴를 기화로 급격히 수면 위로 떠오르며 시장직 후보군을 둘러싼 움직임과 언행이 한층 적극성을 띠고 있고, 4년마다 되풀이 돼온 논쟁도 재점화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정치인 시장이냐, 행정가 시장이냐’, ‘현역 국회의원을 시장 선거에 차출해야 하나, 아니면 국회 의석 하나가 아쉬운 마당에 출마를 막아야 하나’ 등을 놓고 벌이는 논란으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각 진영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와 더불어 ‘시정 경험자가 나서 어수선한 시정에 안정을 기해야 한다’와 ‘기존 인물로는 안 되고 새 인물이 나서 시정에 새 판을 짜야 한다’라는 주장도 상충되며 신·구세력 간에 네거티브 설전이 전개되고 있다.

시장직을 차지하기 위한 권력 투쟁의 한가운데에서 불거지는 이 같은 논란과 함께 시장 공백 사태가 촉발된 직후 유력 후보들 간에 시장직과 국회의원직, 구청장직 등을 카드로 ‘빅딜’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 현실정치와 거리를 둬온 노정객이 또다시 측근들과 지지자들의 결사체를 만들어 정치적 행보에 돌입한다는 설, 현직 의원들의 당내 주도권을 잡고 지방선거 공천에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설 등이 나돌며 선거 구도를 혼탁하게 하고 있다.

선관위는 조기에 시장 선거판이 과열되는 것을 경계하며, 후보군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각 당과 출마가 예상되는 인물들은 몸조심을 하면서도 ‘수성이냐, 고토 회복이냐’를 놓고 지지세 확산에 부심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정가와 각 후보 진영이 무주공산이 된 시장직을 두고 각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분주하게 계산기를 두드리는 와중에 시민들의 정치 혐오는 심화되고, 권력지향적인 공직자들의 줄서기 행태가 횡행할 것이란 우려가 일고 있다.

사회복지계에 종사하는 대전시민 이 모 씨는 “권 전 시장이 임기 내내 재판을 받으며 시정 불안으로 애먼 시민들만 피해를 입었는데, 이에 대해 정치권이 반성하고 책임지고 수습하는 모습 대신 시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권력 다툼에만 매몰되는 것 같아 개탄스럽다”라고 말했다.

자영업자인 박 모 씨는 “유권자인 시민들을 무시하고 ‘그들만의 리그’에만 몰두하는 정치꾼들의 행태가 정치 불신과 정치 혐오를 키우는 악순환을 조장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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