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마시다보면 ‘바디감’이란 말을 종종 사용하게 된다. 바디감은 사실 영어와 한문이 혼용된 표현이긴 한데 이미 와인업계에선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언어이기 때문에 알아두는 편이 좋다. 바디감은 쉽게 말해서 body와 감(感)의 합성어이기 때문에 와인의 바디감을 설명하기 위해선 와인의 바디에 대해서 이해를 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와인업계에선 와인을 light body(가벼운 바디), medium body(중간 정도의 바디), full body(무거운 바디)로 구분한다. 쉽게 생각해서 와인의 바디는 ‘입안에서 느껴지는 느낌’혹은 ‘질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예를들어 한국의 전통주인 소주와 막걸리를 예시로 들 수 있다. 이 두 전통주 중 더 물에 가까운 느낌이 드는 술은 소주이며 light body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와인도 마찬가지다. 물과 같이 찰랑거리는 느낌을 주는 와인이 보다 light body에 가까우며 이와 반대는 full body라 할 수 있다.

매주 갖는 와인 모임에서 회원과 함께 레드와인의 바디감을 알아보기 위해 대조적인 레드와인 두 병을 준비했다. 준비한 와인은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와 1865 까르베네 쇼비뇽(Carbernet Sauvignon)이었다. 보졸레 누보는 특별한 마케팅을 선보인 와인이다. 이 와인은 오직 일년에 단 한 차례 출시된다. 올해는 11월 16일에 출시됐는데 이 지역 와인생산자들이 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에 와인을 전 세계 동시에 출시하면서 유명해졌다. 한국에선 ‘햇와인’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햇과일, 햇곡식처럼 그 해에 갓 수확하였다는 의미에서 햇와인으로 불린다. 햇사과를 먹으면 신선한 느낌이 강하듯, 보졸레 누보는 신선하고 산뜻하게 마실 수 있는 레드와인이다. 필자가 테이스팅한 ‘P.Ferraud et Fils Beaujolais Villages Nouveau’는 깨끗한 루비빛의 외관을 가지고 있었으며 산딸기와 라즈베리 및 아카시아향이 마치 싱그러운 봄의 활기를 연상시키는 와인이었다. 마셨을 때는 굉장히 가볍고 입안에서 찰랑거리는 느낌이 난다.

반면에 1865 까르베네 쇼비뇽은 매우 full body로 짙은 자주색, 검정색 커런트 향과 매운 스파이스 향이 나는 와인이었다. 알코올 도수도 보졸레 누보에 비해 1.5% 높은 14.5%다. 타닌도 강하고 풍미도 진한 그야말로 full body한 와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번 칼럼에선 와인 점도(viscosity)에 따른 바디감에 대해 알아봤다. 이어질 칼럼에선 와인 바디감에 따라 어울리는 음식을 짝 짓는 페어링과 마리아주(Mariage)에 대해 알아보자.

글=노시정

-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Kisa) 소믈리에 자격증

- 보르도와인협회(Civb) 자격증

- 와인모임(Readrink : 읽고마시다) 주최자

- 와인애호가

정재인 기자 jji@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