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은 발전과 성숙을 거듭하면서 길을 걸어오는 가운데 수많은 발자취를 남겨왔다. 그중에는 시민들이 일상에서 보고 지나치는 익숙한 것들도 있고 그동안 몰랐던 놀라울 만한 것들도 있다. 문화관광이 도시의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도시의 역사와 시민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문화관광자원은 그 자체로 도시의 미래 비전이 된다. 이 자원을 발굴하고 여기에 스토리를 더해 문화관광 콘텐츠로 만들어내는 일이 이제는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중요한 과제가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성심당이다. 대전시민이 변함없는 애정으로 지켜낸 성심당은 이제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동네빵집 브랜드로 성장했다. ‘성심당 빵은 오직 대전에서만 살 수 있다’는 희소가치까지 더해져 성심당은 대전 문화관광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성심당뿐만이 아니다. 대전엔 제2, 제3의 성심당으로 비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다양한 관광자원이 있다. 이 관광자원에 희망찬 에너지를 불어넣는 건 대전시 사회 구성원 모두의 몫이다.
 

▲대전 최대의 자연휴양림

대전의 대표 관광 명소 12선 중 하나인 장태산자연휴양림은 국내 최대 규모의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밀집된 곳이다. 81만㎡ 규모에 식재된 메타세쿼이아만 해도 무려 6000그루. 거기에 구름 위의 산책로 불리는 스카이웨이까지 자연의 낙원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다. 1991년 개장한 장태산자연휴양림은 전국 최초로 민간인이 조성하고 운영하는 자연휴양림이었으나 2002년부터 대전시가 인수해 리모델링 후 2006년 재개장했다. 하늘 높이 뻗어 있는 나무의 우람함 속에 메타세쿼이아가 내뿜어주는 피톤치드를 마실 수 있어 대전시민의 힐링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카리용을 아시나요?

대전에는 세계 최고의 음악과 관련된 카라용이 있다. 언제나 싱그러운 젊음이 넘치는 대전과학기술대 캠퍼스 안으로 들어가보면 학생의 휴식 공간이자 대학의 랜드마크인 혜천타워가 있다. 혜천타워에는 무려 50톤의 무게와 외부전달력 2~3㎞를 자랑하는 카리용이 설치돼 있다.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소리의 주인공인 카리용은 천상의 음악이라고도 불린다.

2001년 9월 설치된 카리용은 네덜란드 왕립 종 제작소 중 한 곳에서 무려 21개월에 걸쳐 만들어졌다. 78개의 청동으로 만든 종이 12층으로 배열돼 있다. 6.5 옥타브형 카라용으로 직경 2.5m, 무게 10톤이나 되는 대종을 비롯해 무게 5톤 이상의 큰 종 3개, 무게 1톤 이상의 종 11개가 포함돼 있다. 78개 종들의 무게를 모두 합하면 50톤이 넘는다. 어마어마한 종의 개수와 크기의 카라용은 세계 최대 규모로 2004년 기네스협회로부터 인증서를 받고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세슘원자시계 KRISS-1.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대한민국 표준시계

찰나의 순간, 이 시간의 의미를 우리는 종종 잊고 산다. 시간이 정확하게 어떻게 측정되는지 알게 된다면 아마 1초의 의미 또한 새롭게 느껴질지도 모를 것이다. 대전에는 국내에서 가장 정확하다고 할 수 있는 세슘원자시계 KRISS-1이 있다. 현재 표준시간을 실현하는 표준시계를 보유한 국가는 9개국으로 이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정확한 시간을 재는 곳인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이름 그대로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활동의 기초가 되는 표준 기준을 연구하는 곳이다.

더불어 시간과 질량 등 150여개 분야의 표준을 측정하고 연구하며 이를 우리 생활에 적용하고 연구기관이나 산업계에 전수하고 있다.

표준시간을 정하는 세슘원자시계 KRISS-1은 2008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10년에 걸친 연구 끝에 만들어졌다. KRISS-1은 우리나라 최초 세슘원자시계로 오로지 한국 기술력만으로 탄생했으며 광펌핑 기술을 사용해 일반 세슘원자시계보다 10배 이상 정확하다.
 

▲링 위의 희망 한밭복싱체육관

빠르게 변화하는 상가들 사이 숨어 있는 복싱장에서는 새로운 챔피언을 꿈꾸며 새로운 희망을 두드리면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대전 한밭복싱훈련도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복싱체육관이다. 사람과 사람이 부딪치며 남겨온 이 곳에 밴 땀 냄새는 유독 깊고 진했다.

1961년 대전시청의 부속창고에서 문을 연 후 56년째 복싱 꿈나무들을 기르고 있는 한밭복싱도장에는 1만 5000여 명의 제자를 길러낸 이수남 관장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세계챔피언 염동균을 비롯해 많은 프로선수들을 키워낸 이 관장은 어려운 시절 힘들어하는 선수들을 다독이며 일으켜 세우고 또 일으켜세워 가르쳤다. 대전소년원에서 8년간 무보수로 복싱부 코치를 맡았던 이 관장은 전국대회 종합우승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족보 제작용 활자들. 회상사 제공

▲전국 족보 90% 이상 제작한 회상사

대전 원도심 한가운데 펼쳐진 인쇄거리에 또 하나의 국내 최대 기록이 있다. 족보전문출판사인 회상사는 우리나라 전체 족보의 90%를 만들어냈다.

무려 900여 문중의 족보를 발간한 회상사는 60년이 넘는 오랜 기간 대를 이어 오직 족보만을 전문으로 발간하는 기업으로 한국 족보학의 메카로 불린다. 2012년을 기준으로 회상사에서 발간한 족보만 600만 부가 넘는다. 더불어 1989년 국내 최초로 족보도서관을 설립했으며 소장하고 있는 계보학 자료만 2만 5000여 권에 달한다. 족보 출판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지금까지 대전 원도심에서 명맥을 이어온 회상사. 뿌리의 역사를 돌아보게 만든다.
 

▲최초의 연극협동조합

지역에서 15년 이상 활발한 공연작업과 다양한 사회문화예술 활동을 해온 문화예술인 10명이 뜻을 모아 만든 나무시어터는 대전 최초의 연극협동조합이다. 대전에는 극단이 10여 개가량 되며 상당수가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나무시어터는 화재의 중심에서 서 있다. 나무시어터는 그동안 창단공연으로 올린 뱃놀이 가잔다를 비롯해 곰팡이, 철수의 난, 삽질, 꼬레아 드림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더불어 연극작업을 넘어 조직의 운영과정을 고민하면서 연극협동조합으로 극단의 성격에 변화를 줬고 마을기업이라는 사회적 경제에 동참하고 있다.

특히 원도심지역 주민인 예술가들의 예술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소득과 일자리를 마련해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마을기업으로 인정받아 우수마을기업 경진대회에서 시 대표로 참가해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신성룡 기자 drago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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