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읽기능력’이다. 읽기능력이 부족하면 책을 빨리 읽지 못하니 지식을 습득하는 데 어려움이 생기고, 시험에서는 국어뿐만 아니라 모든 과목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이게 된다. 이들은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또래 학생들을 쫓아갈 수 있는데 이것은 ‘학습 흙수저’나 다름이 없는 셈이다.

이렇게 읽기능력에서 심각한 결핍이 있는 증상을 ‘난독증’이라 부른다. 난독증이라고 이름을 붙이게 되면 마치 질병처럼 느껴지는데 이것은 병이 아니며 지적장애도 아니다. 난독증의 정의 자체가 ‘지능은 정상이면서 신경생물학적인 원인에 의해서 개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읽기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난독증이라고 진단 받게 되면 그 어감 때문에 마치 질병처럼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난독증으로 의심이 되는 학생들을 만나게 돼도 부모에게 선뜻 안내하기 어렵다. 현장에선 만난 교사 중 한 분은 전교생에게 실시된 난독증 척도검사에서 난독증 해당군으로 평가된 학생의 부모에게 이 결과를 안내하다가 부모님이 화를 내는 바람에 무척 곤란했었다고 한다.

난독증은 읽기 환경이 좋지 않아서 생기거나 노력을 하지 않아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타고난 두뇌의 ‘읽기회로’가 약해서 나타나는 증상임이 뇌영상 연구에 의해 이미 밝혀졌다. 따라서 일반적인 독서지도를 통해서 향상될 것을 바라서는 안 된다. 실제로 필자에게 찾아오는 난독증 의심 학생들은 이미 나름의 노력을 충분히 해본 사람들이다. 신경학적 원인에 해당하는 부분을 개선하는 특수한 방법이 아니면 그 뿌리를 제거하기 어려우며 성인이 되어서도 끈질기게 괴롭히는 문제로 남게 된다.

가장 먼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 아이가 학습에서 무언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과연 난독증인지 아닌지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난독증 검사를 해보면 금방 알 수가 있겠지만 위에서 언급했듯 난독증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 때문에 선뜻 난독증 검사를 받아보기 어렵고 검사 비용도 만만치 않으므로 일단 난독증 설문지를 통해 난독증이 확실히 의심이 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다음은 난독증이 있는 아동들이 흔히 보이는 증상이므로 이 리스트에서 10개 중 3개 이상이 해당된다면 난독증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보기를 추천한다.

◆ 난독증 체크 리스트

- 언어를 시작하는 시기가 또래에 비해 약간 늦었다.

- 미취학 시기 발음이 좋지 못했다.

- 한글을 배울 때 어려움이 있었다.

- 입학 전에 한글을 떼지 못했다.

- 맞춤법에서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

- 소리 내어 읽을 때 실수가 많다.

- 소리 내어 읽을 때 속도가 느리다.

- 읽어주면 잘 이해하는 데 본인이 읽고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

- 자꾸 되묻는다.

- 구두로 지시하는 사항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난독증이 있으면 점점 더 그 학습격차가 벌어지는 빈익빈부익부의 마태효과가 나타난다. 다시 말해서 정상적인 읽기능력을 가진 또래와 비교해서 갈수록 그 격차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기에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꾸 긴가민가 시간을 끌면서 미적거리고 개입 시기를 미루게 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된다.

난독증 아동들 중 많은 아동들이 읽기능력이 부족한 부분을 보상하기 위해 뇌의 다른 능력이 더 뛰어난 경향을 보인다. 미국에서 조사한 바로는 성공한 사람들의 약 40%가 난독증 경향을 보인다고 하는 것과 관계가 있다. 종종 난독증인데도 불구하고 성공한 기업가들이 언론의 관심을 끄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결과만 본다면 마치 성공하려면 난독증이 있어야 더 쉬울 것 같다.

이들에게 가장 큰 난관은 읽기능력을 가장 많이 요구하는 학창시절이다. 학창시절만 잘 보낼 수 있다면 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좋은 성취를 이룰 수 있는데 학창시절의 실패가 성인기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성공한 사람의 40%가 난독증 경향을 보이듯 교도소의 80%에서도 난독증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사실은 성공보단 실패의 확률이 더욱 높다. 난독증을 가진 학생들이 학창시절을 잘 극복하도록 읽기능력을 회복시켜주면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100%발휘하는 훌륭한 사회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난독증이 의심된다면 개선되기를 기다리지말고 즉시 전문가와 상담을 하여야 할 것이다.

글= 이호익 leehoik@tomatis.co.kr

-원광디지털대학교 언어치료학과 난독증 외래교수

-난독증지원센터장

-난독증 전문가 양성과정 강사

정리=정재인 jji@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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