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인석 수필가

신설된 지 1년도 안 된 대전효문화진흥원 인사 채용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오랫동안 수사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자 세간의 의혹과 비난이 오히려 경찰 쪽으로 역류하고 있다. 경찰이 효문화진흥원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부터다. 혐의 내용이나 수사 대상 기관의 규모로 미루어 거의 3개월에 이르도록 결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는 여론이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채용 관계서류 일체와 인사담당자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수사 자료가 될만한 것들은 모두 확보했다. 신설 기관이기에 부정을 숨겨둘 문서나 하드디스크에 축적된 기록의 양이 많지 않아 수사가 3개월 이상 장기화될 요인이 없다는 게 주변의 여론이다. 관계자 김 모(77) 씨는 “경찰의 수사 목적이 인사 비리만은 아닌 것 같다”라고 했다.

수사의 발단은 지난해 7월 4급 직원을 공개모집하면서 “서류조작 등의 방법으로 인사규정에 어긋나는 비리가 있었다”라는 탈락자의 앙심(怏心) 제보 때문이다. 이 같은 제보를 근거로 경찰은 10월 수사에 착수했다.

그런데 경찰 수사가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투서만 갖고 편향 보도하는 언론 때문에 도덕적 가치관을 중시하고 현창(顯彰)하려는 효문화진흥원이 마치 비리의 온상이라도 된 것처럼 대외 이미지가 실추됨은 물론 내부 구성원간에도 갈등이 생기는 등 부작용이 따르고 있다. 직원들이 경찰 소환조사를 받는 과정에 직장 분위기가 불안과 불신, 그리고 산만한 정서로 휩싸이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응시생 중 탈락자가 경찰에 제보한 요지는 “특정인을 합격시키기 위해 효 문화진흥원 측에서 논술시험과 면접시험 점수를 합산하지 않고 따로 처리했다”라는 주장이다. 변칙적으로 조작된 규정 때문에 논술시험에서 고득점을 받은 수험생이 탈락하고, 면접시험에서 고득점자가 채용됐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장시성 원장은 “모든 절차는 소정의 규정에서 한 치도 벗어난 것 없다”라고 밝혔다. 만일 제보자의 주장대로 서류를 조작하거나 위법적인 요소가 있다면 원장이 법적인 책임을 지겠다고 결의에 찬 입장문까지 발표했다. 장 원장은 “투서인이 제기한 의혹만 갖고 부당하고 편파적이며 ‘꼬투리 잡기’식 장기 수사가 효문화진흥원의 대외적 이미지만 실추시킨다”라고 지적했다. 주변 관계자들도 “경찰이 무엇인가 한 건을 올리려 했는데 실물이 잡히지 않는 것 같다”라며 오히려 의혹을 경찰 쪽에 돌리고 있다.

경찰은 그동안 서류 요청 4차례 외에도 전체 조직원 21명 중 절반인 10명을 소환조사했다. 또 사무실 압수 수색까지 하고, 수시로 인사담당직원을 소환 조사하는 등 4급 직원 1명 공개채용 의혹 사건을 3개월간씩이나 장기 수사해 인력을 낭비하는 비효율도 초래했다. 수사 장기화로 효문화진흥원의 조직이나 업무가 마비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효문화진흥원은 무너지는 세태에 도덕적 가치관을 바로 세우고, 우리의 전통예절인 효문화를 진작시키기 위해 지난해 3월 신설된 대전시 산하기구로 구성원이 20여 명인 작은 단체다. 직원 채용과정에서 탈락자의 불만으로 시작된 사건이기에 수사도 양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보 사실만 믿고 시작한 수사가 공전될 때는 역으로 경찰이 오해를 덮어쓴다. 추적해 무고자 색출 등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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