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재 캐스터 "자꾸 울컥하는 제갈성렬 달래느라 바빠요"

"이상화 경기 가장 감동…여러 시나리오 생각했지만 말이 안나왔다."

"힘들어요, 힘들어…."

전날 밤까지 이상화가 출전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 중계에 온 힘을 쏟은 SBS 배성재 캐스터를 19일 아침 전화로 만났다. 목소리가 한참 잠겨 있었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부터 캐스터를 맡아와 벌써 8년 경력이지만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개최하다 보니 국민의 관심이 유난히 높고, 덕분에 배성재의 명쾌한 중계도 더 호평받고 있다.

특히 스피드스케이팅의 '배갈콤비'(배성재 캐스터+제갈성렬 해설위원)가 SBS의 시청률과 화제성 독주를 이끈다는 평가에 배성재는 "SBS가 1992년부터 동계스포츠 중계에 투자해서 시청자들이 익숙하게 생각해주시는 것 같다"고 공을 돌렸다.

 

배성재 캐스터(오른쪽)와 제갈성렬 해설위원 [SBS 제공]

그는 그러면서 "밴쿠버동계올림픽 때 스피드스케이팅이 분위기가 좋았는데 소치동계올림픽 때는 이상화 선수가 잘했어도 다른 부문에서 주춤하면서 밴쿠버만큼의 분위기가 안 났었다"며 "그런데 이번에 밴쿠버만큼 분위기가 올라오니 저희도 즐겁다"고 덧붙였다.

그는 파트너 제갈성렬에 대해서는 "열정이 넘치고 코치, 선수로서의 느낌으로 중계를 한다"며 "그러다 보니 울컥할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때 제가 냉정하게 잡아주려고 한다. 달래느라 바쁘다"고 했다.

"제가 원래 해설자를 잘 잡아요. 고삐를 꽉 쥐고 있죠. (웃음) 제갈성렬 위원은 어제 이상화 선수 경기 때도 시작 전부터 '밥이 잘 안 들어간다. 굶겠다'고 해서 제가 억지로 라면을 끓여서 먹이다시피 했을 정도예요. 시시때때로 울컥하더라고요. 어제도 중간에 서너 번 말을 못하더라고요. 그러다 또 이승훈 선수 등이 잘하거나 하면 소리를 그렇게 질러요. 데시벨이 너무 높아서…. (웃음)"

배성재는 또 "쓸데없는 농담이나 개그를 하면 제가 말을 먹어버린다. 일명 '듣씹'(듣고 씹기)"이라며 "시청자들도 기분 나쁘게 하는 게 아니란 걸 알고 재밌어 해주시는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그러면서도 자신 역시 가장 감동한 순간을 이상화의 경기로 꼽았다.

"중계를 준비하면서 금메달을 땄을 때, 신기록을 세웠을 때, 2위나 3위 했을 때, 삐끗했을 때 등 많은 경우를 상상했거든요. 어제 결과가 생각했던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시나리오였는데도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제갈성렬 위원은 옆에서 자꾸 울려고 하고…."

배성재는 스피드스케이팅 외에 스켈레톤 등 다소 생소한 종목에서도 전문성 있는 해설을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그는 "썰매 종목도 해설한 지 8년 정도다. 썰매든 스피드스케이팅이든 1쪽짜리 자료로 요약해서 현장에 갈 수 있을 정도가 됐다"며 "비결이라면 결국 경험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여전히 자신의 중계가 끝나면 인터넷에 올라오는 타사 중계를 챙겨보며 분석하는 등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배성재는 "스피드스케이팅은 뼈대 종목이라 저녁에 매일 경기가 있다"며 "팀추월 등이 남아 있는데 선수들이 컨디션이 좋아 보여서 기대가 크다. 저도 목이 많이 상했지만 그때까지 컨디션을 잘 유지해서 '완주'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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