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열풍과 함께 성폭력 피해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한국 문학의 거장인 시인 고은과 연극계의 대부 이윤택의 '흑역사'도 속속 드러나는 형국이다. 인간문화재 하용부를 비롯해 아직 실명이 밝혀지지 않은 문화예술계의 저명한 인사들이 추가폭로의 '용의' 선상에 거론되고 있다. 청주에서는 유명 영화배우 겸 대학교수가 학생들을 성추행해 교수직을 상실한 사실이 '미투' 폭로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이윤택은 문화예술계의 진보적 인사로 분류되며 박근혜 정권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1호에 지목됐던 사람이다. 국가권력의 피해자였던 자신이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가해자였던 셈이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사법계의 추악한 이면은 말할 것도 없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과 최연희 전 국회의원 등 정관계 인사들의 성추행은 언급하기에도 민망할 지경이다. 내로라 하는 기업의 어떤 총수는 비서에게 몹쓸짓을 하다가 걸렸다.

민주화운동의 열기가 달아오르던 1986년, 노동운동을 하기 위해 부천 공단에 위장취업했던 서울대생 권인숙은 경찰 문귀동으로부터 수치스러운 성고문을 당했다. 전쟁의 광기에 사로잡혀 태평양 전쟁에 투입된 일제의 군인들에게 위안부는 성욕의 배설구이자 노리개에 불과했다. 

약자인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국가, 전쟁, 예술 등의 허울좋은 가면을 쓰고 자행되어 왔다. '성범죄'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지구촌 곳곳에서 암암리에 혹은 너무나도 뻔뻔스럽게 노골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자성과 반성, 그리고 가해자들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금강일보 설인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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