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연구에 집중할 수 없는 출연연…해결해야 될 문제 산적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가 화려하게 막을 내린 데 이어 동계패럴림픽도 성황리에 폐회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 이어 30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열린 평창올림픽은 대한민국의 힘을 보여줬다. 대표적인 게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이다. 1973년 우리나라에선 최초로 과학기술의 집약체라 불리는 대덕연구개발특구가 대전에 조성되기 시작하면서 대전은 명실상부 ‘과학의 도시’로서 많은 연구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하지만 향후 대덕특구의 미래는 암담하기만 하다. 대덕특구에서 나온 연구 성과를 시험할 테스트베드는 대전이 아닌 타 지역에서 대부분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며 이외에도 대덕특구 출연연이 연구에만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수많은 난관에 부딪치면서다. 본보는 최근 대덕특구에 산적해 있는 문제를 톺아본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1. 평창서 보여준 최첨단 기술, 주인공은 대덕특구 출연연…그러나 테스트베드는 타 지역에서<3월 18일자 기사보기>
2. 연구에 집중할 수 없는 출연연…해결해야 될 문제 산적
3. 시와 대덕특구 출연연의 단절된 관계…소통과 협업은 ‘필수’

 

연구라는 본연의 임무 외 산적해 있는 문제로 대덕특구 내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만 가고 있다.

연구에만 집중하기에도 벅찬데 당장에 해결해야 될 사안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매봉산 개발 반대와 장기적으론 계속되는 분원 유출, 비교적 짧은 기관장 임기로 인한 연구의 지속성 불가 등의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쌓여 있어서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출연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출연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까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계획을 수립, 이달까지 전환을 완료해야 한다.

하지만 출연연의 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뿐더러 정규직 전환으로의 구체적인 방안도 마련되지 않은 채 막무가내식으로 정규직화를 하라고 하니 답답할 따름이라는 게 출연연이 직면한 상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8일까지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 전환 계획이 수립된 곳은 11개 출연연에 불과하다. 25개 출연연 중 11개 기관만 전환 완료가 아닌 계획만 완료된 것이다. 이에 따른 향후 인력 전환은 얼마의 기간이 소요될 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출연연 A 관계자는 “정부출연금 비율이 높은 출연연은 그나마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큰 무리가 없지만 자체적으로 수입을 창출하고 있는 출연연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며 “아무런 지원도 없이 당장에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라는 정부의 정책은 출연연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다”라고 일갈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더불어 최근 대전시가 추진 중인 매봉근린공원 일대 개발에도 대덕특구 출연연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연구단지의 허파라고 불리는 ‘매봉산’ 개발을 두고 시와 출연연 간 파열음이 나고 있는 것이다. 그간 고질병으로 지적돼 왔던 시와 출연연 간의 소통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14개 출연연은 “매봉근린공원 개발에 대해 연구개발특구의 교통체증 심화 및 자연 녹지 훼손으로 인한 연구환경 저해가 우려된다”고 매봉산 개발에 반대하고 있다.

더불어 계속해서 늘어나는 타지역의 분원 유출 문제도 심각하다. 출연연 B 관계자는 “처음 대덕특구가 조성되면서 대전이 과학의 도시로 주목받았지만 계속해서 분원이 타지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라며 “대덕특구에 출연연이 밀집해있는만큼 타지역에 본원을 둔 한국전기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재료연구소 등의 출연연 분원을 끌어올 수 있는 메리트가 충분함에도 시는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계속되는 분원 유출에 대한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시가 안일하게 손을 놓고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이례적으로 7곳의 출연연 기관장을 동시에 선임한 가운데 출연연 기관장의 짧은 임기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3년이라는 임기동안 눈길을 끌만한 성과를 이뤄내기엔 너무나 짧은 시간이라는 것이다.

출연연 C 관계자는 “최근 기관장이 공석인 출연연 원장의 대부분이 내부인사 출신인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대체로 외부인사가 기관장으로 오게 되면 현실적으로 일하는 시간은 3년 중 1년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라면서도 “연구에 있어 지속성이 생명인만큼 기관장의 임기도 중요하다. 하지만 기관장의 짧은 임기와 함께 정권이 교체될때마다 바뀌는 기관장으로 인해 연구 현장이 훼손되고 있다. 이로 인해 출연연 내부에선 기관장의 임기를 대통령과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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