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용길 충남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를 만나다

“봉사는 이제 제게 우연이 아닌 필연이 됐습니다.”

나용길 충남대병원 비뇨기과 교수가 봉사의 마음을 먹은 건 15년 전이었다. 패기와 열정으로 가득했던 젊은 의사이기도 했던 그는 선배 교수의 봉사 권유에 “지금 하는 일도 바쁘고 시간이 나지 않는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무마한 채 잊고 지냈다. 시간이 흘러 결혼을 하고 한 가정의 가장이 돼 쉴 틈 없는 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불쑥 귓가를 때린 아내의 한마디가 들리고 나서야 그는 정신을 차리고 지난날을 뒤돌아보게 됐다.

“언젠가 봉사를 해야 된다고 생각만 한 채 15년이 지난 거였죠. 그동안 핑계 아닌 핑계를 대며 지내 온 게 아닌지 반성하게 됐습니다. 그 때부터 봉사를 시작했던 것 같아요.”

모든 일이 첫 걸음이 어려운 법이다. 나 교수 역시 마음을 먹고 직접 봉사에 나서기까지 망설이기도 했지만 막상 한 번 시작한 봉사는 이제 그조차도 멈추게 할 도리가 없는 모양이다. 이미 봉사가 일상의 한 부분을 큼지막하게 차지하고 있는 탓이다. 그동안 우간다, 스와질란드 등 주로 해외, 그 중에서도 아프리카처럼 보건 의료 환경이 열악한 곳을 찾아다녔다는 그는 처음 마주한 그곳의 모든 게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잔상으로 남아 있다고 기억했다.

“2주 정도 의료봉사를 했는데 시술도구나 기본적인 것들이 정말 제대로 돼 있는 게 없었어요. 열다섯 분 정도 수술을 하는데 직접 국소마취밖에 할 수 없었을 정도였어요.”

그리고 그는 이제 단순한 의료봉사에만 그칠 게 아니라 한 발 더 나아가 현지 의료 환경을 개선하는 쪽에 눈을 돌리고 있다. 흡사 조선 말 외국인선교사들이 중심이 돼 만들어진 제중원, 세브란스 병원처럼 의료 환경 개선의 선교사 역할을 해보겠다는 거다.

“의료적 봉사와 맞물려 우선 기본적인 보건 의료 의식 수준 향상이 전제돼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나선 의학적 전문성을 넘어 궁극적으로 의료 환경의 질적 향상을 꾀하는 거죠. 좀더 확장하면 하나의 팀으로 가서 문화 교류도 이어가고요.”

봉사를 하면 마음은 상쾌하고 뿌듯할지언정 몸은 고되고 힘들 법도 하지만 나 교수는 그가 겪은 봉사체험기를 전하는 내내 만면의 미소를 잃지 않았다. 본래의 꿈이 전기공학도였지만 차선책이었던 의사를 선택한 게 스스로에게 베스트였다고 할 정도면 그 미소의 의미를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봉사는 결국 나눔이에요. 제가 받은 걸 그대로 사람들에게 돌려주는 거죠. 봉사를 어렵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시작은 쉽지 않겠지만 첫 발을 떼는 순간 달라진 세상이 눈 앞에 펼쳐질 겁니다.”

글·사진=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