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체육계에 ‘미투’ 바람
“20년 전 틀릴때 옷 하나씩 벗겨
허벅지 안쪽 꼬집고 가슴도 만져
괴로움·수치심 여전히 남아 폭로
사범 “통상적 훈련… 제자에 사과”

세종시 체육회에도 ‘미투’ 바람이 부는 걸까.

세종시 태권도 지도자가 20여 년 전 사범시절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까지 확인된 선·후배 피해자만 20명이 넘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들불처럼 전국으로 번지고 있는 ‘미투’ 바람이 세종시 체육계에도 불어 닥쳤다. 가뜩이나 이춘희 세종시장의 성희롱 발언논란 등 어수선한 시국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28일 세종시태권도 협회와 피해자, 도장관계자 등에 따르면 과거 태권도장 사범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힌 여성들의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태권도 선수로 소년체전에 나서기도 했던 피해자 A 씨는 초등학교 6학년이던 지난 1998년 모 사범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 씨는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괴로움과 수치심이 여전히 남아 힘들었다”고 폭로했다.
 

◆ “괴로움·수치심 여전히 남아 힘들었다”

A 씨는 “하나씩 틀리거나 이럴 때마다 선수들이 보는 앞에서 옷을 하나씩 벗겼다”, “아래쪽을 만지거나 브래지어 안으로 가슴을 만지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대학교 때까지 선수생활을 했다는 다른 피해자 B 씨도 “가슴 가까이 있는 부분이랑 허벅지 안쪽을 꼬집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태권도 사범의 성추행 폭로와 관련해 피해자 C 씨는 “계속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부분 때문에 사실 염려스럽다”며 폭로의 배경을 밝혔다. 피해자 대부분 공통점인 것은 속옷과 반팔 티, 도복까지 입고 착용하는 호구를 전부 탈의한 채 입으라고 강요했다는 증언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대한태권도협회 전 이사 모 씨는 “17~18년 전 일인 것 같다. 인정할 건 인정하지만 성폭력이나 성추행에 대한 생각도 안 했을 뿐더러 그 당시에는 시합 전에 정신 차리라고 꼬집거나 때리기도 하는 등 가르치는 방법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또 “브래지어 안에 손 넣는 행위나 성추행을 없었다”고 반박했다. 운동방법에 대해서는 “그 당시 남여 원생을 같이 탈의를 시킨 것은 남자 원생에게 중점을 둔 것이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같다”고 해명했다.
 

 

◆ 태권도 사범 “성추행 없었다” 반박

이어 “그 당시의 지도 분위기와 지금의 지도 분위기는 매우 달랐다. 미투 운동이 불면서 과거의 행동이 들춰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모 씨는 “상처를 받은 제자들이 그간 살아오면서 괴롭거나 힘들었다면 미안하다. 진심으로 용서를 바란다”고 사과했다.

이어 “평생을 태권도만을 위해 살아왔는데 너무 아쉽다”고 심경을 토로한 K 씨는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태권도협회 이사직을 내려놓았다. 태권도장도 제자에게 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태권도협회 관계자는 “성폭력에 대한 부분은 20년 전이라 해도 다를 바는 없다. 그러나 사실여부는 좀 더 지켜봤으면 좋겠다. 자칫 여론이 확산되고 부풀려 질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다뤄졌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편, 시 체육회는 세종시태권도협회가 지난 2016년 9월 대한체육회로부터 임원 미선출로 인해 자격을 상실, 결격단체로 분류돼 있어 회원단체가 아니라는 설명했다.

 

세종=서중권 기자 013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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