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팔아 세금은 계속 걷어가면서
“금연구역만 늘리고 흡연구역 줄여
“최소한의 흡연자 권리 보장해줘야”
<속보>=흡연카페 퇴출을 골자로 한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입법예고 되면서 흡연자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정부의 금연구역 확대로 흡연자의 설 자리가 점점 사라지는 데 따른 결과다. 정부 규제가 흡연 자체를 범죄로 몰아가는 분위기로 귀결되는 양상이어서 이 같은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흡연카페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 최근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7월 1일부터 영업소 면적 75㎡ 이상인 흡연카페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안이 담겨 있다. 75㎡ 이하 업소도 내년 1월 1일부턴 금연구역이 적용된다. 흡연카페가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다.
흡연카페는 금연구역 지정 대상이 아닌 ‘식품자동판매기업’으로 영업신고를 하는 방법을 택해 합법적으로 담배를 필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금연구역이 점차 확대되는 상황에서 마음 놓고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간이 생기면서 흡연카페는 흡연자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이곳 역시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 흡연자들은 또다시 길거리를 전전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직장인 정 모(34) 씨는 “당구장, 스크린골프장, 버스정류장, 아파트까지 금연구역을 늘리면 흡연구역도 보장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줄이면 어쩌자는 거냐”며 “담배를 팔고 세금은 꼬박꼬박 걷어가면서 담배를 피울 공간은 계속 줄이는 건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같다. 최소한 흡연자의 흡연권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흡연 공간이 줄어 길거리 흡연이 다시 늘어나는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애연가 구 모(43) 씨는 “일반 카페에서도 실내에선 금연이라 커피를 마시다 밖에 나가 담배를 피우지 않느냐”며 “흡연카페는 길거리 간접 흡연의 피해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이 마저 사라지면 흡연자는 길가로 내몰려 간접흡연이 다시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흡연자들도 이 같은 우려에 공감하는 양상이다. 주부 양 모(33) 씨는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는 흡연카페를 굳이 법으로 금지시킬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비흡연자 입장에선 간접흡연에 대한 피해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인데 흡연자를 수용할 수 있는 적절한 공간이 계속 사라지면 결국 그 피해는 다시 비흡연자에게 올 것 같다”고 걱정했다.
2015년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흡연구역 지정을 찬성하는 비율이 흡연자(77%)보다 오히려 비흡연자(80.6%)에게서 더 높게 나왔다. 흡연 가능 공간을 늘려야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가 줄어들 것이란 판단이 바탕에 깔려 있다.
그러나 흡연카페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려는 정부는 제도화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실내 금연구역 확대 정책에 따라 흡연카페 역시 어떠한 면죄부도 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흡연카페는 영업신고만 자판기업으로 등록시켰지 사실상 일반 카페와 다름없기 때문에 음식점, 카페 등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며 “금연구역을 늘리는 추세이기 때문에 흡연카페와 같은 흡연시설은 허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박현석 기자 phs2016@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