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원이 등장하는 영화가 수없이 개봉하고 있다. 첩보원이라는 소재는 어느 덧 전 세계에서 무척이나 흔한 소재가 돼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첩보원이 등장하는 영화는 계속해서 나온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펼치는 액션이 재미있어서? 아니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첨단 무기가 멋져서? 물론 이것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가 있다.하지만 이 대답은 바로 ‘남성이 보는 첩보 영화’의 기준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첩보 영화를 보는 여성의 입장은 그와 다르다. 여성은 첩보 영화 속의 액션보다 첩보원 그 주인공 자체를 먼저 본다. 유난히 첩보 영화 속 여자 캐릭터는 죽음을 자주 맞이한다. 여배우의 죽음은 주인공을 복수심에 불타게 하거나, 혹은 고독에 빠지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고독에 빠질수록 멋진 캐릭터가 바로 첩보원이다.◆ 다시 돌아온 첩보원 ‘톰 크루즈’‘미션 임파서블’에서 첩보원 역할을 했던 톰 크루즈가 다시 첩보원 역할로 돌아온 영화 ‘나잇데이’는 첩보원이 등장하되, 정작 그의 역할이 잘 드러나지 않는 영화다.동생의 결혼식 때문에 위치타 공항에서 보스턴행 비행기표를 끊은 준(카메론 디아즈)은 로이 밀러(톰 크루즈)라는 남자를 만난다. 준수한 외모의 소유자인 로이와 준은 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곧 로이의 친절함과 로맨틱한 모습에 반하게 된다. 그래서 적절한 타이밍에 화장실로 들어가 로맨틱한 상상에 빠진다. ‘그에게 대쉬를 해, 말아?’ ‘저 남자 좀 괜찮은데?’ 등의 상상 말이다. 한편 그와 동시에 로이는 그들이 타고 있던 비행기의 사람들을 모두 죽인다. 적들을 다 해치운 로이는 화장실에서 나온 준에게 웃으며 이야기한다. ‘사람들을 모두 죽였는데, 파일럿까지 죽는 바람에 제가 비행기를 몰아야할 것 같네요. 하지만 안전은 장담 못해요.’ 대체 이 사람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준은 패닉에 빠지고, 로이가 밝힌 자신의 정체는 바로 첩보원이다. 그는 첨단 에너지원을 개발한 과학자 사이먼(폴 다노)을 보호하던 중 누명을 쓰고 쫓기는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준의 앞에는 이상한 사건이 벌어진다.◆ 할리퀸 로맨스(Harlequeen Romance)남자(여자)가 ‘너같은 여자(남자)는 처음이야’하며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한 번쯤은 그런 사랑을 꿈꿔보는 것이 사람들의 심리다. 이런 현상엔 ‘서로 다른 환경을 가진 남녀가 존재한다’는 전제가 들어있다. 이를 바꿔서 생각해보면, 누구나 일상적인 삶 속에서 새로운 환경이 닥쳐오는 것을 바라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을 로맨스로 적용시켜 장르물로 확산한 것이 바로 ‘할리퀸 로맨스’(Harlequeen Romance)다. 할리퀸 로맨스엔 백마탄 왕자님의 변형이 존재한다. 그들은 현대판 왕자님으로서 여자주인공과 티격태격 싸우고 그 과정에서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수많은 왕자님들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는 그다지 중요치 않다. 결과는 여자 주인공과 해피엔딩이다. 이처럼 할리퀸 로맨스는 뻔한 기성품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여성들의 곁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누구나 ‘지루한 일상 속의 단비같은 존재’가 찾아오기를 꿈꿔왔기 때문이다. 여성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할리퀸 로맨스의 매력은 바로 ‘대리만족’인 것이다. ◆ 여성들의 판타지를 보여주는 영화이 영화 ‘나잇데이’ 또한 여성이 즐겨보는 할리퀸 로맨스의 현대판 버전 같다. 영화는 남자 주인공인 로이의 시선보다는 여자 주인공인 준의 시선을 통해서 전개된다. 언제나 똑같은 준의 생활 속에서 낯선 훈남과의 만남은 몹시 짜릿한 경험이다. 게다가 그 훈남은 위험한 사람인 것 같지만, 어찌됐든 나를 지켜주니까 괜찮다. 상황이 위험해지더라도 그는 나에게 미소를 보여주면서 나를 보호해주니, 이 얼마나 판타지 같은 상황이던가. 이러한 남자 캐릭터는 많은 로맨스 영화에서 봤던 것으로 최근에 생각나는 영화로는 ‘트와일라잇’이 있다.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영화 ‘트와일라잇’의 남자 주인공을 보며 남성들은 투덜대곤 했다. 하지만 여성들이 그 영화 속 에드워드에게 환호를 했던 점은 바로 이런 이유였다. ‘미스터리한 뱀파이어 남자친구가 나를 너무나도 좋아해준다. 그는 나와 다른 종족이지 않은가. 그런데 그는 그 종족간의 차이를 넘어서 나를 사랑하고 지켜준다. 얼마나 매력적인 상황인가’ 사실 영화 ‘나잇데이’ 또한 이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즉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에 가까운 ‘여성들의 판타지를 보여주는 영화’라는 말이다.하지만 다른 로맨틱 코미디 영화와 다른 점은 바로 액션시퀀스를 종종 배치시킨다는 점이다. 로이를 쫓는 수많은 요원을 향해 그는 많은 총알을 날려댄다. 그 과정에서 영화는 폭탄 세례를 퍼붓기도 한다. 비록 그 액션 장면이 너무 현란하다보니, 뒤로 갈수록 아무 감흥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지만 말이다. 물론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에 가깝다보니 그 총알 세례 속에서 키스하는 남녀주인공을 보여주는 것 또한 잊지 않는다. 적어도 남녀주인공에게 키스의 순간은 무척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장면을 보면서 저럴 시간이 어디 있냐고 불평 혹은 탄식하는 것은 바로 관객들의 몫이다.네이버 파워블로거 링링 blog.naver.com/funnyfunn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