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단속기준 등 허점투성이

<속보>=소방차 진로를 방해하면 과태료 100만 원이 부과되는 소방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이 오는 27일부터 시행되는 가운데 단속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단속 기준 등 구조적 환경은 달라진 게 없는데 과태료 액수(현행 최대 20만 원)만 높인다고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겠느냐는 거다. 되레 끊임 없는 항의성 민원만 키워 행정력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본보 1월 31일자 1면 보도>

21일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전지역에서 소방차나 구조·구급 차량의 진로를 방해했다가 적발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2014년 2건, 2015년 4건, 2016년 9건 등 최근 3년새 연간 10건 미만이다. 이 같은 저조한 단속에 대한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단속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현재 단속 기준은 계속적인 양보 요청에도 불구하고 진로를 방해할 경우, 제3자가 봐도 고의적으로 길을 비켜주지 않는 것이 명백한 경우 등인데 적발 차량이 단속 기준을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게 소방 관계자의 전언이다. 적발을 한다해도 해당 운전자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 더 큰 문제로 비화될 수 있어 이 역시 소방당국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세세하게는 단속 카메라의 성능 문제도 제기된다.

대전소방본부 관계자는 “도로 사정이 시시각각 다르고 그래서 소방차가 뒤따르고 있다는 사실을 운전자가 인지하고 있었는지를 가리는 것부터 어렵다.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실제 단속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 빨리 출동하는 게 최우선인데 진로방행 단속까지 고려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지난 19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사이렌을 울리며 진행하는 소방차의 진로를 방해하면 횟수에 상관없이 과태료 100만 원을 부과하는 내용의 소방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지금까지는 소방차 등 긴급자동차에 대한 양보 의무를 위반할 경우 도로교통법에 따라 최대 2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했다.

신성룡 기자 drago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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