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고 싶은 세계 모범도시, 명품도시를 만들겠습니다.”
이원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의 홈피 인사말이다. 이 청장의 세계적 모범·명품도시건설은 지난 26일 세종시 새롬동 한 주상복합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 발생한 대형 참사화재로 메아리가 됐다.

본보 기자는 이날 오후 세종시 새롬동(2-2 생활권 H1블록) 트리쉐이드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사고현장에 도착했다.

현장 초엽부터 푸르던 세종시 하늘은 검은 화염으로 뒤덮여 아수라장으로 변해 있고 매캐한 유독가스로 인해 숨쉬기조차 곤란했다.

문득 ‘아비규환’(阿鼻叫喚)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그만큼 현장이 심각했음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평소 신도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폭격을 맞은 도심처럼 화염과 유독가스로 도심을 휘감았다. 현장과 인접한 새롬중학교가 눈에 들어왔다. 중·고생들로 보이는 학생들이 참사현장을 지나며 괴로워했다. 두 손으로 입과 코를 막고 하굣길 모습이 목격됐다.

화재 현장 주변에는 화염과 유독가스가 솟구쳐 오르고 소방대원·경찰·구조원 등은 쉼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소방대원들은 지하에 매몰된 인부들을 구조하기 위해 분주했다.

경찰은 도로와 인도 등 교통정리를 통해 혹시 모를 2차 사고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총력을 다했다. 소방대원은 화재로 인한 부상자들을 구조하고 후송했다.

문제는 너무 많은 고귀한 인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 그것도 안전불감증이 모범·명품도시 건설 의지로 내건 바로 ‘행복도시’란 대목에서 가슴이 아팠다.

행복청은 행복도시(세종신도시) 예정지에서 발생되는 도로와 건축물 등 모든 인·허가 사항을 관장한다.

이러한 대형 화재사고 현장건물 입구에는 공사를 알리는 안내표지판도 없이 수년간 공사가 진행됐다. 소음 저감을 위해 설치한 측정기는 아예 먹통이다. 현장사무실이 있는 공터에는 폐기물 불법소각 흔적도 목격됐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현장관리가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데 감독관청인 행복청은 이 청장의 모범·명품도시를 위한 소홀함은 없었는지 묻고 싶다.

세종=전병찬 기자 bc120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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