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재정리부터 대출업무까지···내일 업무위해 진땀 빼기도

“은행은 오후 4시면 문을 닫으니 좋겠다”, “월급 남부럽지 않고 저녁이 있는 삶 꿈꿀 수 있으니 부럽다” ….

은행원을 바라보는 부러운 시선들이다. 과연 그럴까? 4시 칼퇴근은 언감생심, 창구업무가 끝나는 순간부터가 ‘진짜’다.

창구를 일찍 닫는다고 해도 은행원은 바로 퇴근할 수 없다. 고객이 믿고 거래한 만큼 오차 없는 마감을 위해 책임감을 갖고 매일 반복되는 업무와 씨름한다. 긴장의 연장이다. 셔터 문이 내려지면 대출창구와 일반 업무창구 직원들, 기업을 대상으로 업무를 보는 기업금융RM센터가 본격적인 ‘마감전쟁’을 시작한다.

지난 3일 방문한 대전의 한 시중은행은 오후 4시를 훨씬 넘긴 시간이었지만 직원들이 있는 창구 쪽에는 불이 켜져 있었고 지폐계수기로 돈을 세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마감을 향해 사투를 벌이는 직원들을 보며 몇 시에 퇴근하는지 묻자 A 씨는 “퇴근은 7시나 8시에 한다. 하지만 대량거래 등 처리할 업무가 많은 경우에는 9시까지 업무가 이어지기도 한다”고했다.

셔터가 내려가는 오후 4시 겉모습의 환상이 깨지고 야근 없는 꿈의 직장이라는 부러움이 한순간 물거품 되는 순간이었다. 본격적인 마감업무는 하루 동안 입·출금된 돈을 맞춰보는 시재점검으로 시작한다. B 씨는 “시재점검이 가장 중요하기도 하고 이걸 확인해야 다음 업무로 넘어갈 수 있다”며 10원 짜리 동전 하나라도 어긋나지 않게끔 집중했다. 계산이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고객을 응대하며 쌓인 수십 수백 장의 서류를 다시 일일이 정리하고 분류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통장이나 카드처럼 전산으로 처리되는 대체거래가 부쩍 증가하면서 잘 갖춰진 마감 시스템을 이용한 확인이 필수다. ATM은 기기담당자가 점검할 것 같지만 이 역시 은행원들의 몫이다. 보통 2~3번에 걸쳐 돈을 출금 시키는데, 마감 후 고객이 이용하다가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 즉시 처리가 가능한 상황에서는 문제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다음날에야 해결가능하기 때문에 종종 고충이 생기기도 한다.

셔터 뒤 마감업무에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지체 없이 답했다. C 씨는 “100원이라도 돈이 부족한 경우 난감하다. 금액이 부족할 경우 1개월 동안 묶어놓고 메꿔지지 않으면 담당직원이 부담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 만큼 세심하게 신경서야 한다는 의미다. 담당창구마다 시재점검이 끝나면 채권, 총무, 외환 중 대략 2~3가지 정도의 업무를 담당하는데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주담당자가 정리를 해 거듭 확인을 한다. 외환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D(29·여) 씨는 “최근 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객이 증가하면서 은행을 찾는 환전 고객이 늘었다”며 “한화를 외화로 바꾸는데 전표를 하나하나 비교해야만 한다.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때”라고 말했다. 이어 “업무 특성상 여러 명이 유기적으로 함께 일하는데 혹여 한 사람이 틀리게 되면 직원 모두가 매달려야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기업금융 RM센터에서는 대출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 직접 방문, 업체 상황을 파악하고 대표자와의 면담을 통해 재무 분석·심사·신용평가서를 작성한 후 대출 가능 등급을 정리한다. 외근 업무가 많은 편이라 은행에서 마감업무를 보는 창구들과 달리 자리가 비어있었다.
은행의 밤은 낮 만큼 분주했다.

송승기 기자 ssk@ggilbo.com·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시재: 은행이나 기업 등의 금전출납부서에서 현재 보유중인 현금을 말하게 되며, 보통 들어오고 나간 돈의 액수와 현재 보유중인 현금을 비교해 확인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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