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전 한 감독 목표는 5위, 전문가들은 "꼴찌 후보"
"반전의 연속 ... 외국인·신예 선수들·불펜 모두 반전"

한용덕(53) 한화 이글스 감독의 가슴에 품은 현실적인 목표는 '5위'였다. 포스트시즌 막차를 탈 수 있는 순위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더 냉혹했다. 2018 KBO리그 개막을 앞두고 한화는 '꼴찌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약체' 한화가 판을 뒤집었다. 한화는 전반기를 2위로 마친다. 12일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패해도, 2위 자리를 지킨다. 한화가 2위 이상의 순위로 반환점을 도는 건, 1992년 이후 무려 26년 만이다.

한 감독에게도 "믿기지 않는 일"이다.

1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만난 한용덕 감독은 "거의 모든 부문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반전의 연속이었다"며 짜릿했던 전반기를 돌아봤다. 그는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기대 이상이었다"고 운을 뗐다.

한화는 지난해 외국인 선수 3명을 영입하며 총 480만 달러를 썼다.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지닌 윌린 로사리오(150만 달러), 알렉시 오간도(180만 달러), 카를로스 비야누에바(150만 달러)를 영입하고자 거액을 투자했다.

올해는 달랐다. 재라드 호잉(80만 달러), 키버스 샘슨(70만 달러), 제이슨 휠러(57만5000 달러)로 젊은 외국인 선수 트리오를 구성했다. 한화 구단에서도 "올해는 육성에 집중하자"고 방향을 정했고, 외국인 선수도 20대 젊은 선수로 영입했다.

한 감독은 "몸값이 높은 선수는 기대가 크고, 실제로 잘할 수 있다. 우리 외국인 트리오는 위험 요소가 많은 선수들이었다"며 "그런데 공수에서 외국인 선수들이 반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호잉은 공·수·주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였다. 타율 0.319, 21홈런, 75타점을 올린 호잉은 개막전에서 7번타자로 나섰지만, 곧 한화 4번 자리를 꿰찼다.

넥센 히어로즈에 약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샘슨도 묵직한 구위를 앞세워 9승(6패)을 거뒀다. 휠러만이 2승 9패로 부진하다. 가을 무대를 바라보는 한화는 휠러를 대체할 외국인 선수를 물색 중이다.

젊은 선수들의 활약도 기대 이상이었다. 한 감독은 신예 포수 지성준, 신인 내야수 정은원을 '놀라운 선수'로 거론했다.

한 감독은 "(주전 포수) 최재훈은 완성형 선수다. 그런데 지성준은 사실상 처음으로 1군 생활을 하면서도 대단한 활약을 했다"며 "정은원은 정근우가 빠진 상황에서 빈자리를 메웠다. 대단한 신인"이라고 칭찬했다.

만년 백업에서 '막강 공격력을 갖춘 내야수'로 변신한 강경학도 '반전 카드'였다. 강경학은 타율 0.333, 4홈런, 16타점을 올렸다.

한 감독은 "강경학은 스프링캠프 기간에 2군으로 간 선수다. 팀이 어려울 때 1군으로 와 엄청난 활약을 했다"고 흐뭇해했다.

물음표가 가득했던 투수진도 리그 최정상급으로 올라섰다. 한 감독은 "토종 선발진(윤규진, 김재영, 김민우)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불펜은 말이 필요 없다. 전원이 필승조"라고 말했다.

마무리 정우람을 중심으로 송은범, 이태양, 안영명, 장민재, 서균, 박상원, 김범수 등 신구 조화를 이룬 한화 불펜진은 평균자책점 3.91로 이 부문 1위를 달린다.

사실 가장 큰 반전은 더그아웃에서 일어났다. 현역 시절 배팅볼 투수로 시작해 개인 통산 120승을 거두는 '연습생 신화'를 만든 프랜차이즈 스타 한용덕 감독은 사령탑 부임 첫해에 한화의 돌풍을 이끌었다.

한 감독은 선수들과 장난을 치며 더그아웃 분위기를 부드럽게 유지하면서도 베테랑에게 냉정한 기준을 제시하며 '건강한 긴장감'을 만들었다.

짜릿한 역전승에 들뜨지도, 짧은 슬럼프에 당황하지도 않는 '평정심을 갖춘 더그아웃'은 한화의 또 다른 강점이다. 한 감독과 한화 선수들은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다"며 반전의 완성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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