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용진 한국교통안전공단 대전충남본부 연구교수

 
한국교통안전공단 대전충남본부 황용진 연구교수

최근 몇 년 동안 회사 동료나 친구의 부모님 상가 집에 들른 적이 종종 있었다. 그 곳에서 ‘고인께서 어떻게 돌아가시게 되었냐’고 물어보면 어떤 유족은 전날 집에서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든지 또 다른 유족은 오랜 지병으로 돌아가셨다라고 슬픈 기색을 띠고 차분하게 말하는 것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어떤 상가 집에 가면 이러한 질문을 하기도 전에 유족들이 슬픔에 겨워 땅 바닥에 눕는다든지 또는 땅을 손으로 치는 경유도 목격했다.

그도 그럴 것이 조용히 집에서 자연사하거나 병으로 사망했을 경우에는 돌아가시는 분도 유언할 시간이 주어지고 또 그 유족도 어느 정도 죽음을 예감하고 슬픔을 달랠 수 있는 약간의 시간이 주어지지만 교통사고와 같이 갑자기 뜻밖의 인재 사고로 돌아가셨을 때에는 그 유족의 슬픔이 배가되는 것 같아 안타깝기가 그지없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인재사고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발생하는 사고가 바로 교통사고다. 작년 한 해만 해도 4185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그 다음이 산업체 근로자가 사망자가 2000명선임을 감안하면 과히 어머어마한 수치다.

교통사고 사망자 하면 으레 차와 차가 부딪히는 차대 차 사고를 대부분을 연상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의 사고유형을 보면 차대차 사고보다는 대부분이 보행자사고인 차대 사람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더 많이 발생했다.

보통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교통사고로 하루에 평균 11명이 사망하게 되는데 보행자사고로 무려 4~5명이 사망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교통사고는 차와 보행자가 부딪히는 후진국형 사고가 많다는 것이다.

무게가 많이 나가는 자동차와 상대적으로 가벼운 보행자가 부딪힐 경우 당연히 보행자는 크나큰 피해를 받게 된다는 사실은 공학적으로 F=ma라는 공식이 아니더라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또한 차량 속도도 보행자의 피해를 결정질 수 있는 무척 중요한 변수라는 사실도 운전자나 보행자 모두 잘 알고 있는 편이다.

실제로 시속 50㎞로 주행하는 자동차가 보행자를 치는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행자의 사망가능성은 시속 60km의 동일한 조건으로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경우보다 무려 30%가 감소한다는 통계가 있다. 그만큼 보행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로 차대보행자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도심 만큼은 최고속도를 지금보다 10㎞를 낮추자고 과감히 제안하고자 한다.

현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를 2천명 이내로 줄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보행교통사고라는 후진국형 사고가 여전히 많이 발생하고 있어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조금 더 빨리 가기 위해 속도를 높이는 것보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사회의 사회인으로서 안전한 속도로 주행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도심지 속도를 지금보다 시속 10㎞ 줄이는 대책이 빨리 와야한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