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기다리던 여름방학. 하지만 마사오는 전혀 즐겁지 않다. 할머니는 매일 일을 나가시느라 바쁘고 친구들은 가족들과 함께 바다나 시골로 놀러 가버려 외톨이가 되었기 때문. 어느 날 먼 곳에 돈을 벌러 가셨다는 엄마의 주소를 발견한 마사오. 그림 일기장과 방학숙제를 배낭에 넣고 엄마를 찾아 여행길에 오른다. 친절한 이웃집 아줌마는 직업도 없이 빈둥거리는 전직 야쿠자 남편 기쿠지로를 마사오의 보호자로 동행시킨다. 왕복 600㎞의 여정. 그러나 그 여행은 마사오도 기쿠지로도 잊을 수 없는 생애 최고의 즐거운 시간을 선사하는데. 52세 철없는 어른과 9세 걱정많은 소년. 그들이 마침내 찾은 것은?!

 

 

기쿠지로의 여름을 보면 인생에 대한 성찰이나 진지한 이야기 같은건 전혀 나오지 않는다. 기쿠지로의 아내가 5만 엔을 주었을 때, 첫째날부터 경마로 여비의 대부분을 써버린 기쿠지로에게서 어머니를 찾고자 하는 마사오의 절실함따윈 느낄 수 없다. 심지어 아이치현에 도착하기 바로 전, 마사오와 한 대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내를 두고도 마사오 엄마와의 재혼을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한 자이다. 말그대로 막장인 인물이며 영화 또한 다른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진지한 장면’이라 느껴지는 것이 없다. 또한 엄마를 절실히 찾고자하는 마사오와 인생막장 기쿠지로의 여정과 그 여정에서 만난 사람들조차 우스꽝스런 사람들이다. 

 

 

하지만 영화를 더듬어보면 주변에 놀 친구가 없어서 심심해 하던 마사오에게 재밌는 친구가 되어주고 무뢰한인 기쿠지로에게조차 친절함을 베풀어준건 대부분이 그 사람들이다. 그들 때문에 빨리 가자고 마사오의 머리를 치던 막장 기쿠지로조차 마사오에게 동질감을 느끼면서 서로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됐고 자기 삶의 유일한 희망인 엄마를 찾지 못했지만, 또 다른 희망을 발견하고 힘차게 뛰어가는 마사오의 뒷모습을 보며, 우리들 또한 ‘하층민들의 휴머니티’를 느끼면서 기분좋게 영화의 엔딩 크레딧을 볼 수 있다.

 

 

이 여정이 아름다운 이야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사람들의 온정 때문이었던걸 잊지 말아야 한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고 할머니하고만 사는 마사오가 뚱보와 문어 형들 때문에 재밌게 웃고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배우지 못해 한량이 돼버린 기쿠지로 조차 인생을 걱정없이 즐겁게 살 수 있었던 이유는, 하류인생의 휴머니티 즉 가난한 사람들끼리도 삶에 대한 여유를 가지고 없는 가운데서도 서로 나누며 더 사정이 좋지 못한 사람들을 챙기는 마음씨가 사람들사이에 남아있었기에 가능한 이야기었던 것이다. ‘내 삶은 왜 이렇게 불행할까’, ‘내 곁엔 날 응원해줄 가족이 없을까’라며 슬퍼질 때 주위를 둘러보자. 마사오와 기쿠지로가 그랬듯. 

정재인 기자 jji@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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