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사와 도인들은 계룡산이 대한민국의 최고 명산이라 일컫는다. 이는 계룡산과 금강물이 음양의 조화를 이루어 산태극(山太極) 수태극(水太極)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또 계룡산은 주봉인 천황봉이 자리하는 신도안이 맏형의 역할로 계룡시를 이루고 동쪽으로 뻗은 기운은 대전과 세종을 이루며 서쪽으로 흘러간 산세는 공주와 부여, 논산을 이룬다. 이 가운데 많은 명당이 형성됐지만 금병산의 지세가 미래 대한민국을 위한 중요한 역할이 기대된다.

얼마전 추석 연휴 때 가족과 함께 영화 ‘명당’을 관람했다. 풍수를 40여 년 연구한 나의 관심도 중요했으나 먼저 영화를 본 주위 친지들의 극성스러운 권유도 한 몫을 했다. 시대적으로 조선 말기, 정조 이후 조선의 왕권이 약화되고 안동 김 씨에 의한 세도정치가 계속되면서 왕권회복을 위한 왕족인 대원군과 기존 권력과의 권력 쟁탈을 위한 명당을 차지하고 새로운 길지를 찾는 내용이다.

영화의 흥행을 위한 상상을 위한 창작도 있었지만 역사적 사실은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풍수적 명당이 국가를 세우고 권력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었고, 이를 위해 대원군은 가야사의 터에 아버지인 남연군의 묘를 쓰고, 아들이 고종에 등극하면서 세도정치의 막을 내리고 왕권 강화에 노력했으나 곧이어 조선의 시대도 끝을 맺었다. 결과론적으로 세도정치가 되든 왕정회복이 되든 간에 일부 세력의 권력다툼은 모든 백성들에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고난의 시대를 맞게 되는 아픔의 역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명당을 얻었다 해도 영원히 복록을 유지할 수는 없으며 시대를 이기거나 역행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풍수는 개인의 욕망을 위함이 아닌 시대의 흐름을 읽고 대의를 위한 지혜로 인식됨이 필요하였다.

우리 민족의 전통 사상인 풍수지리는 자연의 순환 법칙을 이해하고 인간의 삶을 통한 경험 철학으로 널리 인간들을 편안하게 하는 목적이었다. 고려와 조선 중기까지도 하늘의 기운인 천기(天氣)는 오직 국가와 왕실, 백성의 안위를 위한 학문으로 활용되어 비밀스러운 기밀로 여겨왔으나 조선 중기 임진왜란을 비롯한 외세 침략과 왕권이 약화되면서 사대부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져 나아가 일반 개개인의 사리사욕과 길흉화복을 위해 오로지 명당에 의존하는 나쁜 풍습으로 변질됐다. 오늘날에도 관운과 재운을 갖기 위한 수단과 욕망을 채우기 위해 명당을 선호하는 관습은 이어지고 있다. 풍수지리는 자연의 법칙이며 이는 누구의 소유가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개인 사욕을 충족시켜서는 더욱 잘못됨을 인식해야 한다. 풍수 본연의 원리를 이해하고 널리 인간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분야로 발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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