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총 회장
과거 대학 진학은 가족의 경사였다. 그러나 지금은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기 어렵고 후원해준 가족의 기대에 못 미쳐 대졸 취준생은 우울하기만 하다. 90년대 이후 찾아온 정보화 시대 30년을 겪으면서 우리사회는 너무도 많이 변했다.
제조업 자동화, 지능화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인터넷 발달로 지식정보의 보편화가 이루어지면서 교육 역시 아는 것이 힘이 되었던 시절은 끝났고 남과 다른 지식과 특기가 유용한 세상이 됐다. 또 경제개발5개년 계획 등 정부주도 산업화 시절에는 기업 인력 수급계획을 반영해 정부주도 인력양성을 하므로 적재적소 인력 수요와 공급이 이뤄졌으나 오늘날 글로벌 시장주도 경제에서는 정부 계획대로 인력수요를 맞출 수 없다.
더구나 첨단 자동화와 인공지능 산업시대에서는 노동이 차지하는 일자리는 크게 축소되고, 기존 일자리의 많은 분야가 사라진다. 선진국을 보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소수 주체들의 생산, 국가보유 자원, 국제통상 등 경제활동의 산출물을 다양한 순환과정을 통해 모든 국민들이 공유하고, 타인과의 경쟁이 아니라 자아실현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행복을 찾고 있다. 스스로 행복할 방법을 찾지 않으면 행복해 질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아실현의 행복 추구보다는 기존의 전통적 직업이나 표준화된 교육방식에 매달리고 있고, 정부도 이렇다 할 대안을 내 놓지 못하고 있다.
어린이 보육 및 유치원문제에서 대입제도, 대졸 미취업 등 교육에 대한 불만이 극도에 달했고 이제 체념단계로 접어들었다. 선거때마다 교육문제는 주요이슈이고, 교육부 폐지론까지 거론되곤 했다. 왜 그럴까?
첫째, 산업사회가 변했기 때문이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화 사회에서 인지자본주의 시대로 전환되면서 자동화와 인공지능이 노동일자리를 빼앗아 갔다. 그동안은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대량의 표준화된 인력이 각광을 받았으나 지능형 기계산업의 발달로 노동집약적 인력수요가 감소하고, 소수의 첨단인재만 강조되는 실정이다. 결국 시장의 수요와 공급간 심각한 불균형이 만들어진 것이다.
둘째, 공교육 제도의 혁신이 부족했다. 그동안의 표준화된 인력에서 개성을 살린 창의적 인재 양성으로 전환했어야 하는데 혁신 속도가 너무 늦다. 우리교육은 여전히 국가의 획일적이고 표준화된 교과를 중심으로 학생을 평가하고, 교육과정도 여기에 맞춰져있다. 이런 교육방식으로 세계를 누비는 방탄소년단이 만들어 질 수 없고, 세계를 이끌어가는 사업가가 만들어 질 수 없다.
셋째, 신분상승의 사다리라고 굳게 믿었던 교육에 대한 상실감이다. 산업화시대에서는 교육이 돈을 벌고 출세하는 상승의 사다리가 되었지만 지금은 고등교육을 받은 것이 오히려 인생의 발목을 잡는다. 대졸자는 임금의 고하를 막론하고 중소기업이나 생산 또는 영업직을 꺼려한다.
대안은 무엇인가? 이제 교육문제를 원점부터 재검토 해야 한다.
첫째, 정부의 공급자 중심의 획일화, 표준화 교육을 지양하고, 학생 하나하나의 개성과 특기를 살리고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인성을 키우며, 자아실현을 통한 행복한 삶을 꾸려가는 방법을 배우도록 해야 한다. 개성과 창의성 교육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인재를 키운다. 교육방법도 과거의 획일적 공급자 중심적 교육이 아닌 학습자중심의 학생 맞춤형 코칭기법을 활용해야 생각하는 교육, 자발적 교육이 실현된다.
둘째, 학생, 교사, 학부모 중심의 학교 의사결정 구도를 만들고, 학사업무는 교원, 학교운영은 학운위를 중심으로 한 단위학교에서 1차적인 권한과 책임을 갖고, 교육지원청은 행정과 재정지원을 하며, 국가는 지역간 안정적이고 형평한 재정지원을 하면된다. 또 중앙의 권한을 최대한 하부로 이양하여 분권화 해야 한다. 상향식(Bottom-up) 의사결정과 교육자치권을 강화하는 것이다.
셋째,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법률상 독립된 심의·의결권을 갖는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고, 예산의 독립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교육의 국가부담을 강화해 공교육은 국가가 책임지도록 해야 저출산 문제나 교육의 기회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
이런 교육혁신을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이나 교사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하지만 미래 사회의 인재상과 학생의 개성실현을 위한 학부모의 혁신적인 사고의 전환과 협력이 절실하다.
이러한 교육혁신을 위해서는 새로운 틀이 필요하며, 이를 국가교육위원회라 부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