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치료하기 어려운 암 가운데 하나인 췌장암.최근 췌장암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영국 국립암연구소(NCRI) 산하 췌장암연구소의 존 네오프톨레모스 소장은 대한소화기암학회가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췌장암의 발병원인 1위로 흡연을 꼽으려 췌장암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담배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췌장암은 복통 등의 증상이 뒤늦게 나타나고 장기 자체가 워낙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 말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술을 해도 5년 생존율이 10~24%에 불과하다. 그래서 예방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암이다. 고평곤 충남대병원 소화기 내과 전임의의 도움말로 원인과 증상, 예방법 등에 대해 알아보자.◆췌장의 기능췌장세포는 소화효소가 가득한 췌장액을 만들고 췌장액은 체관을 통해 십이지장으로 흘러 들어간다. 췌장액 속의 췌장효소가 있어야 위에서 내려온 음식을 장 점막에서 분해할 수 있다.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의 소화에 큰 힘을 발휘해 췌장기능만 건강하게 유지된다면 위가 없어도 소화를 하는데 큰 지장이 없을 정도이다. 또 호르몬을 생산해 체내 혈당을 조절한다. 췌장이 기능이 부실해 인슐린의 양이 모자라면 혈당상승을 막을 수 없어 당뇨병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췌장암의 원인과 증상췌장암의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른 암에 비해 암 발생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암 전 단계의 병변 역시 뚜렷하지 않다. 췌장암이 발생하기 쉬운 요인에는 45세 이상의 연령, 흡연 경력, 오래된 당뇨병, 지방이 많은 음식 섭취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만성 췌장염 및 일부 유전질환에서 췌장암 발생률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무엇보다 흡연이다. 고평곤 교수는 “췌장암의 발생과 가장 깊은 관련을 지닌 발암물질로 췌장암의 3분의 1 가량이 흡연과 연관돼 있다”며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1.7배 췌장암 발생 위험이 높고 하루에 한 갑 이상의 담배를 피울 경우에는 3배 이상으로 커진다”고 말했다.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으며 이미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할 때는 암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복통과 황달, 식욕 감소, 체중감소 등이 가장 흔한 증상이고 지방의 불완전한 소화로 인해 기름진 변의 양상을 보이는 지방변 또는 회색변, 식후 통증, 구토, 오심 등의 증상이 있으며, 당뇨병이 새로 발생하거나 기존의 당뇨병이 악화되기도 한다. ◆췌장암의 진단췌장암은 5년 생존율이 5% 이하로 예후가 매우 나쁜 암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대부분 암이 진행된 후에 발견되기 때문에 발견 당시 수술 절제가 가능한 경우가 20% 이내이고, 육안으로 보기에 완전히 절제되었다 하더라도 미세 전이에 의해 생존율 향상이 적으며, 항암제 및 방사선 치료에 대한 반응이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존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증상이 없거나 비특이적일 때 조기 발견해 수술하는 것이다. 현재 췌장암의 진단을 위해 사용하는 검사들은 복부 초음파, 복부 전산화 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역행성 췌담관 조영술(ERCP), 내시경 초음파(EUS), 양성자 방출 단층촬영(PET), 혈청종양 표지자(CA19-9) 등이다. ◆췌장암의 치료췌암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완전한 외과적인 절제이다. 그러나 이러한 근치 수술(완치를 위한 수술)은 췌장암 환자의 20~25% 정도에서만 가능하며 실제로는 대개 황달이 초기 증상으로 나타난 췌장 두부에 종양이 있는 환자에 국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실제 췌장암으로 진단된 100명의 환자중에서 수술이 가능한 경우가 20여명에 불과하고 수술을 시행한 20명 중에 15명은 재발하며 1명 정도는 수술전후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종적으로 4명 정도만 5년 정도의 생존이 가능한 것이다. 외과적인 절제가 불가능한 췌장암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은 약 6개월이며, 이러한 환자 치료의 주된 목적은 환자의 증상을 완화시키고, 생존기간 중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췌장암의 치료 방법은 암의 크기, 위치, 병기, 환자의 나이와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한가지 혹은 경우에 따라 여러 방법을 병합하여 치료하기도 한다.수술적 치료와 진행성 췌장암이나 수술 후 췌장암의 치료에 이용하는 항암 화학요법, 방사선 치료 등이 있다. 췌장암은 치료가 잘 듣지 않는 암이라고 알려져 있어 오랫동안 췌장암에 대한 항암치료를 적극적으로 시행하지 않았으나 최근 효과가 있다고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지게 되면서 지금은 진행 췌장암의 치료에 항암 치료가 적극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보조 요법으로 시행되어온 방사선 치료는 절제가 불가능하나 원격 전이가 없는 췌장암에 완치 목적으로 항암 화학치료와 병행해 시도되고 있으며 증상 완화를 위해 이용되고 있다.◆췌장암의 예방췌장암은 발생 빈도는 높지 않지만 조기 진단이 어렵고 예후가 나쁘며 사망률도 높기 때문에 예방이 중요하다. 아직까지 췌장암을 예방하기 위한 뚜렷한 예방 수칙이나 권고 기준은 없지만 위험 요인으로 알려진 것들은 일상생활에서 피하도록 권장되고 있다. 특히 금연은 췌장암의 발생을 감소시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고지방, 고칼로리 식이를 피해 비만을 방지하고, 과일과 채소를 중심으로 하는 식생활 개선과 적당한 운동은 암을 예방하는 좋은 습관이다. 또한 명백하지는 않으나 췌장암의 위험요인으로 알려진 용매제, 휘발유 및 관련물질, 살충제(DDT), 베타 나프티라민(beta-naphthylamine) 및 벤지딘(benzidine) 등의 화학물질에 많이 노출되는 직업에 종사하는 경우에는 보호장비 착용이나 안전 수칙을 엄수해 이러한 물질에 노출되는 것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평곤 전임의는 “아직 우리나라에는 췌장암의 조기 검진 권고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췌장암의 위험요인으로 지적되는 것들을 피하고 복부 팽만감, 소화 장애, 갑작스런 체중감소, 황달,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의사의 진료를 통해 다른 소화기계 이상과 췌장암을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췌장암은 당뇨나 췌장염과 연관 있으므로 갑자기 당뇨가 나타나거나 원래 당뇨병이 있는 경우, 급성 혹은 만성 췌장염이 있을 경우에는 정기적인 검사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