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도입에 고령층 ‘소외’
최저임금 인상 무인화추세 가속

#. 손자와 함께 대전의 한 햄버거 패스트푸드 매장에 들어선 박 모(74) 씨는 10분이 지나서도 주문하지 못했다. 혼자서 밀린 주문을 처리하고 있는 점원이 무인 주문기기인 키오스크로 주문할 것을 권유한 까닭이다. 박 씨는 점원이 가리킨 기기앞에 섰지만 도무지 어떻게 사용해야하는지 감이 오질 않았다. 결국 햄버거가 먹고 싶다는 손자의 투정에도 인근 분식집으로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무인점포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이러한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맥도날드를 비롯한 롯데리아, 버거킹 등과 같은 패스트푸드점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셀프계산대, 무인편의점, 셀프주유소, 무인카페,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셀프 뱅킹까지. 생활전반으로 무인점포의 영역이 크게 확대되고 보급 또한 가속화되고 있다.

편리함과 빠른 주문을 할 수 있다는 이점에서 도입이 빨라지고 있는 것인데 이런 빠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고령층에게는 소외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등 주요 3대 패스트푸드점의 키오스크 도입율은 60%를 넘어선 상태다. 롯데리아의 경우 지난 1일 기준 1350개 매장 중 826개(61.1%) 매장에서 키오스크가 운영됐고, 맥도날드는 420개 매장 중 250개 매장(59.5%)이, 버거킹은 339개 매장 중 230개 매장에 키오스크가 설치됐다.

하지만 고령층들은 이 같은 변화에 쉬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른바 ‘디지털 소외’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소외현상는 초고령사회 초입인 현재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고령층은 학습속도가 느리다는 생물학적인 문제와 함께 실생활에서 첨단기기를 접할 기회가 적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대전 유성의 A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만난 김 모(68) 씨는 “(무인 기기) 이런 거를 사용해 본 일이 있어 봐야지. 휴대폰도 받고 거는 거 밖에 못하는데. 늙은 노인들이 이런 기기를 배우고 사용하는 게 쉽지 않다”라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매장 직원과 직접 대화하지 않고 기계를 통해 주문·결제까지 해야 하는 시스템은 노년층의 소비를 주저하게 만들기도 한다.

B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만난 박 모(71·여) 씨는 “우리 같은 노인들은 대부분은 기계사용이 힘들어 직원에게 주문을 한다. 예전보다 주문받는 사람이 적어지다보니 점심 때는 줄이 길게 늘어서는데 그때는 구매를 포기한다. 노인들을 위해 직원들이 안내해주고 주문을 받아주는 배려가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정재인 기자 jji@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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