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원 배재대 실버보건학과 교수

올해는 60년 만에 돌아오는 기해년(己亥年) ‘황금 돼지’의 해다. 예부터 황금돼지 해에는 복이 넘쳐난다고 하니 어느 때보다 새해를 맞이하는 국민들의 기대감이 남다를 것이다. 최근 발표된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는 여전히 뜨겁다.

오랜 진통 끝에 나온 국민연금 계획안은 ‘포용적 혁신 성장’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가치와 정책 이념이 잘 반영돼 있으며 공적연금을 바라보는 시각과 국민연금 개혁에 임하는 모습이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음을 알 수 있었다.

우선 이번 계획안에는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반영됐다. 과거 1998년 국민연금 1차 개혁은 정부 중심, 2007년의 2차 개혁은 국회중심으로 추진돼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는 노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었다. 제4차 계획안은 사전에 국민토론회와 주요 대상별 간담회, 설문조사 등 전문가, 시민단체, 청장년, 노인들을 포함한 다양한 계층의 의견들을 여러 방법으로 수렴해 국민의 목소리를 최대한 듣고자 노력했다는 점이 무척 고무적이다.

두 번째는 국민 의견을 종합해 공통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단일한 내용으로 상반되고 다양한 의견에 대해서는 복수안을 제시한 점이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에 대해 정부가 복수안을 제시한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4지 선다형 책임회피 개선안이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이는 오히려 과거 정부가 독단적으로 개혁안을 만들어 국회에 통보하던 묵은 습성을 벗어버리고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이는 새로운 시도로 봐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는 앞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사회적 논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은 국민의 노후소득보장과 경제적 부담에 직결되는 요소로 이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타나는 것은 필연적이며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하나의 방안만을 제시하기보다 복수의 방안을 마련하여 이후 사회적 대화기구인 연금개혁특위와 국회에서 각 방안의 장점과 단점을 논의하고 결정하도록 했다.

세 번째는 국민의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공적연금이 지향하는 정책목표를 분명히 설정하고 국민연금 재정안정화를 위한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2017년 OECD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두 명 가운데 한명은 상대적 빈곤 상황(45.7%)에 처해있으며 이는 OECD 평균(12.5%)의 3.7배나 된다.

앞으로도 국민연금을 통한 노후소득보장이 충분하지 않으면 현재 가입세대의 상황도 크게 나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국민 누구나 국가가 지급하는 공적연금을 통한 최저노후생활(1인가구 기준 95만~108만 원) 보장을 정책목표로 제시하고 나아가 최저수준 이상의 적정 노후생활비 약 150만 원은 장기적으로 사적연금인 퇴직연금과 주택연금, 농지연금 등을 포괄한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를 통해 달성하려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리고 국민연금의 재정안정에 대해서도 연금보험료 인상 외에도 기금수익률 제고,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을 통한 인구·사회구조 개혁, 경제 활성화 등 정책적 노력을 고려하였다는 점에서 국민의 요구에도 부합한다.

국민연금이 도입된 지 30년이 된 우리보다 연금 역사가 오래된 독일이나 일본, 스웨덴을 비롯한 많은 선진국들의 경우에도 공적연금 개혁을 위해 장기간의 사회적 논의와 국민적 토론을 거쳤던 것을 고려해보면 충분한 사회적 논의 과정을 통해 국민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해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으며, 국민연금제도가 오랜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멀리 갈 수 있을 것이다.

국민연금 제도 도입 이래 처음으로 ‘노후빈곤 완화와 소득보장 강화’를 개혁목표로 하는 새로운 관점의 계획안이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부족한 점들을 철저히 보완하고 개혁해 온전한 국민연금 체계를 구축하길 바란다. 더불어 재운(財運)을 부르는 동물로 알려진 돼지가 큰 복을 가져다주는 건강하고 희망찬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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