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탈출 꿈꿨던 ‘가장’슈렉 “행복은 가까이에”메시지 던져 패러디 지양 감동모드로 화답

오로지 비꼬기만 해선 관객들의 마음만 자극시킬 뿐 감동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챈 것일까. 주특기인 패러디를 많이 배제하고, 감동으로 노선을 바꾼 드림윅스에서 최장 시리즈 ‘슈렉’이 4편으로 막을 내린다.3편 이상 나온 영화 중 점점 흥행을 더해나가는 경우는 ‘반지의 제왕’ ‘다이하드’를 제외하면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슈렉’도 그것을 깨진 못했다. 대박 속편 ‘슈렉2’에 비해 슈레기(쓰레기) 소리까지 들었던 ‘슈렉3’는 드림윅스가 4편 이후 시리즈를 더 이어나가겠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무참히 밟아버렸다. 결국 ‘슈렉3’가 슈렉 시리즈를 잘 마무리하게 만든 최악의 중간계투진이었던 것이다. 남은 것은 9년을 이어온 대장정을 어떻게 ‘슈렉 포에버’가 마무리하냐다. 이미 모든 책임이 ‘슈렉3’에 있고, 평단의 혹독한 평에도 ‘슈렉 포에버’는 미국에서 3주 연속 1위를 했으니 무리없는 선방이 나올 듯 하다.◆나 다시 돌아갈래!1편에서 성에 있는 공주를 구출한 슈렉. 그런데 우리가 몰랐던 숨은 뒷이야기가 있었으니, 왕과 왕비가 딸을 구하고자 럼펠스틸스킨과 계약을 할 뻔했던 것이다. 거래 직전 슈렉이 공주를 구해 가까스로 왕국을 넘기지 않을 수 있었다. 한편 피오나와 아이까지 낳으며 가정을 꾸려가고 있는 슈렉은 기상 후 똥 치우고, 똥통 푸고, 애 뒷바라지하랴, 마을 사람들의 구경거리에, 달려드는 친구들, 하루하루가 정신이 없다. 그러나 정신없는 일상이 매일 반복돼 지겨워진 슈렉은 지나가다 렘펠을 만나게 되고, 그가 제안한 ‘딱 하루 괴물로 변신’의 제안을 받아들여 다시 괴물로 돌아간다. 한창 사람들을 놀래키고 진흙에 샤워하고 구박받고 미움받는 것을 즐기던 슈렉은 집에 돌아왔을 때 가족들과 친구들이 없어진 걸 알게 된다. 마녀들에게 잡혀 끌려온 슈렉이 본 것은 겁나먼 왕국을 차지하고 있는 럼펠. 슈렉은 렘펠의 계략에 속아 넘어간 것을 알지만 이미 계약서엔 사인을 해버렸고,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계약을 풀 수 있는 진정한 키스를 하는 것. 일단 피오나부터 찾자!◆속 빈 개그보다 담백한 웃음으로 보답패러디로 웃기는 ‘슈렉’이 사라졌다.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눈에 띄게 줄었다. 곱씹을만한 부분은 피리 부는 사나이 장면으로 ‘E.T' '반지의 제왕’ ‘브레이브 하트’ 그리고 ‘슈렉’ 자체를 유쾌하게 패러디한 부분이다. 다른 패러디는 잔잔한 개그처럼 흘러갔지만, 녹색괴물 슈렉이 없었다는 가정 하에 튀어나온 자체 패러디에서 동키는 예전처럼 학대당하고, 고양이는 자기 몸을 주체할 수 없는 고도비만에, 진지는 호객행위 중이고, 괴물들이 사는 마을이 결성되고, 피오나가 여전사로 나오는 등 변신한 캐릭터 하나가 나올 때마다 색다른 재미를 안겨줬다. 전반적으로 빵 터지는 웃음은 적었지만, 심하게 뒤틀린 과거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과 다시 봐도 재밌는 전매특허 눈망울, 마치 ‘뷁’이라고 하는 듯한 뚱뚱아이의 굵은 목소리와 엉뚱한 데서 피어나는 괴물들의 사랑감정은 ‘슈렉’이란 제목에 걸맞은 호쾌한 웃음을 선사했다. 여기에 과체중이 빗자루를 탔을 때의 허둥대는 모습은 ‘해리포터’와 비교할 수 있었고, 한국 비보이팀의 지휘 하에 부채춤을 추는 괴물들도 영화에서 놓치면 섭섭한 장면 중 하나였다. 기름기 쫙 뺀 담백한 웃음이 은근히 슈렉과 어울렸다.◆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기 위한 몸부림모든 것이 다시 1편부터 되돌아가 시작한다. 몰랐던 이야기를 끼워 넣어 반전 장치를 확보한 ‘슈렉 포에버’는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 채, 캐릭터를 한꺼번에 바꿔버리는 파격적인 전략으로 나선다. 그동안 강조했던 ‘우정’도 이번 영화에선 거의 보이지 않는다. ‘진정한 행복’이 이번 영화가 내세운 핵심이다. 우리는 현재를 잃고 그 소중함을 깨닫기 전까지 삶이 완벽하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 주중엔 직장에서 시달리지, 주말에 쉬려고 하니 아이들이 놀이공원 가자고 보채지, 매일매일이 피곤하다. 그러나 당신을 닮은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아내(남편)가 바로 옆에 있고, 또한 당신 친구들이 당신과 함께 하려고 하지 않는가.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슈렉 포에버’는 그 행복찾기 교훈을 위해 슈렉을 제외한 캐릭터를 거의 다 묻어버리고, 럼펠과의 대결로 압축시켜 시리즈를 끝맺으려는 노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4편까지 계획한 걸로 알고 있는데, 곰곰이 따져보면 1~4편까지 이어지는 내용이 그다지 물 흐르듯 자연스럽진 않다. 왠지 ‘슈렉 포에버’는 3편 이후 서둘러 시나리오를 수정한 것 같기도 하다. 여하튼 이번 영화의 주제가 행복이니만큼 슈렉이 대신 겪는 어리석은 행동을 통해 행복을 확인하길 바란다. 아니면 누구와 계약을 할 때는 계약서를 꼼꼼히 읽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어가도 상관은 없다.◆결국 슈렉도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마지막 이야기라고 했을 때 처음엔 안도의 한숨부터 쉬었다. 드디어 ‘슈렉’이 종지부를 짓는구나. 그래, 이제는 슈렉도 때가 많이 탔어.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진 상상력도 한계를 드러낼 때가 됐지. 미국 평론가들의 미지근하거나 차가운 반응도 영화의 기대치를 낮추는 데 한몫했다. 그러나 ‘슈렉 포에버’를 본 결과, 의외로 웃음을 많이 심어뒀고, 슈렉에게 가장이 가지는 환상과 판타지를 심어줌으로써 단순히 동화 차원이 아닌 현실 애니메이션으로 탈바꿈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느닷없이 출몰했던 동화나 영화 패러디는 많이 자제했고, 대신 씁쓸한 웃음과 함께 진정한 행복을 멀리서 찾지 말라는 훈훈한 감동을 자연스럽게 연출시켜 마지막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모습이었다. 2001년 등장해 9년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슈렉’에게 정이 많이 들기도 했지만,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헤어지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슈렉 포에버’를 보고 나오면서 ‘다시 만나기 위해 이별한다’는 글귀가 떠올랐지만 ‘슈렉 리턴즈’ ‘슈렉 비긴즈’ ‘슈렉 비기닝’으로 우려먹기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슈렉’과 깨끗한 이별을 고한다. 슈렉 안녕.네이버 파워블로거 재현랄프blog.naver.com/lalf85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