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고 빠르고 앞만 바라보는 길만 능사가 아니다

최근 대전의 오랜 숙원사업인 도시철도 2호선 트램방식이 국가로부터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 받음으로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됐다. 도시철도 1호선과 현재의 호남선 철도를 이용한 3호선이 완성되면 시민의 교통수단은 한층 편리한 시기를 맞게 된다. 이에 대전은 국토의 중심으로 철도와 고속도로, 국도 등 다양한 도로망이 전국 어디에도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므로 명실상부한 대내외적으로 교통의 중심축 역할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풍수로 본 대전은 삼태극(三太極)과 오행의 기운을 담고 있는 우리나라 최고 명당의 지세(地勢)이다. 이는 산과 물이 음과 양의 조화가 잘 이루어지고 산이 물을 잘 감싸고 있음이다. 대전은 사방으로 산들이 도시를 감싸서 분지를 이루어 시가지를 형성하며 그 가운데 하천이 흘러 산과 물의 조화가 산태극수태극을 형성한다. 이를 잘 이용해 도로망을 형성할 수 있다면 이 또한 대전만을 할 수 있는 장점일 수 있다.

지세는 크게 산세(山勢)와 수세(水勢)로 산줄기와 물줄기를 뜻한다. 지금과 같이 도로가 발달되지 못하던 시기에는 사람이나 우마가 다닐 수 있는 길은 대개 물줄기를 따라 형성된다. 이는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기에 저지대이고 사람이 걸을 수 있는 조건이 산세보다는 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산이 막혀 돌아가야 할 경우에는 산의 능선을 따라 움직이거나 산과 산 사이의 낮은 구릉지역인 고개 혹은 재(領)를 넘어서 이동하게 됐다. 이는 단순히 사람의 이동하는 통로만이 아니라 자연의 기운인 풍수(風水) 즉, 바람과 물이 다니는 바람길과 물길이 함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조상들은 바람이 움직이는 바람길과 물이 흐르는 물길을 따라 사람들이 이동하는 길을 만들고 이용했다. 자연의 이치를 이해하고 순리에 따라 길이 만들어 사용했던 것이다. 길을 따라 걷다가 보면 바람과 물이 만나는 곳, 즉 산과 물이 만나는 곳에는 어김없이 사람들이 만나는 쉼터나 삶터가 만들어 지게 된다. 이런 곳을 음양의 결합이 잘 되는 터라 해 명당으로 이용했다. 명당은 터의 규모에 따라 촌락이 되기도 하고 도읍이 되기도 한다. 도로의 형태도 산과 물줄기를 따라 지세에 맞게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도 많았으나 현대의 도로는 오직 빠른 길만을 선택해 직선도로가 대세이다. 좌우도 돌아볼 여유도 없이 빨리 변화되는 현 사회에서 곧고 빠르고 앞만 바라보는 길만이 능사가 아니다. 대전의 풍수지세를 통해 빠름과 여유를 함께하고 시민이 편리하게 다닐 수 있는 도로를 어떻게 형성하면 좋을지를 함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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