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학교 둔산한방병원 여성의학비만센터 유정은 교수

여성은 일반적으로 10대 초반에 초경을 시작해서 50대 초반에 폐경이 될 때까지, 임신기, 수유기를 제외하고는 30년 이상 매월 생리기간을 겪는다.
출혈로 인한 불편함, 피로와 빈혈, 패드처리의 위생문제 외에도 반복되는 통증 때문에 매월 찾아오는 생리가 반갑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생리통은 여성으로서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것일까? 진통제를 사용하는 것이 최선일까?
생리통은 생리기간 혹은 생리 전후 나타나는 아랫배의 통증으로, 생리하는 50%의 여성이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한 경우 요통, 아래다리 통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특히 자궁근종, 선근증 등 기질적인 질환이 없이 발생하는 통증을 원발성 생리통이라고 하는데, 10대 여학생들이 겪는 생리통은 대부분 원발성 생리통이다. 통계에 따르면 여중고생의 약 78%가 매달 생리통을 경험하고 있으며, 2015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원발성 생리통으로 약 4억 8647만 원의 진료비가 지출된다고 한다. 생리통으로 인해 삶의 질이 저하되고 학업과 일에 지장을 주는 것을 고려한다면 사회적 비용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원발성 생리통은 생리 시에 자궁내막에서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성이 증가해서 자궁근의 허혈성 수축을 유발하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고, 진통제는 프로스타글란딘 생성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한다. 하지만 진통제는 약 20~25%의 환자에게서는 효과가 없고, 오랜 기간 복용 시 소화장애, 간기능장애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생리통 환자들을 진료해보면 하복부에 침, 뜸 치료를 받고 골반강 내로 혈류순환이 좋아지면 진통제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생리통이 호전되는 사례가 많다. 또한 침, 뜸 치료는 생리기간에 하는 것도 진통에 도움이 되지만 예상되는 생리일 직전에 1~2회 받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원발성 생리통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스트레스와 호르몬 불균형이다. 이로 인해 자율신경계의 활성과 균형에 이상이 생기면 과도한 자궁근 수축을 일으켜 생리기간에 통증을 유발하게 된다. 이런 유형은 대부분 진통제에 잘 반응하지 않으며, 긴장을 풀어주는 침치료, 한약치료로 호전을 보일 수 있다.
생리통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라면, 진통제만 먹지말고 아래의 몇 가지 방법을 생활에서 실천해보자. 생리가 예상되는 일주일 전부터는 아이스커피, 아이스크림, 냉장음료 등 찬 음식과 유제품을 피하고 자기 전에 아랫배에 따뜻한 핫 팩을 올려준다. 가볍게 족욕을 하거나 1일 40분 이상의 걷는 운동으로 골반강 및 하체로의 혈류순환을 돕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골반 주변 근육을 이완하는 스트레칭(골반틸팅)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한의학 고전에서 자궁은 血海(혈의 바다)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만큼 혈이 충만해야 건강한데, 기혈 흐름이 막혔거나, 찬 기운이 뭉쳤거나, 혈이 부족하면 생리기간에 통증이 발생한다고 하였다. 당귀작약산은 補血(혈을 보충해줌), 行血(혈을 잘 흐르게 해줌)에 우수한 효과가 있어 원발성 생리통에 우선적으로 선택되는 처방이다. 현재 대전대학교 둔산한방병원에서는 원발성 생리통에 대한 당귀작약산의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시험을 실시하고 있으며, 만 16세 이상 만 40세 이하의 원발성 생리통이 있는 여성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