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관리 강화에 일회용 사용 늘어
[기관평가, 환경부 기준 달라 문제]
정부가 오는 2020년까지 의료폐기물 발생량을 20%까지 감축한다고 밝혔지만 정작 병원에서는 의료폐기물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들은 메르스 이후 감염병 관리 강화로 인해 일회용 사용량이 늘 수밖에 없고, 환경부와 의료기관 평가제도 기준이 달라 의료폐기물 처리에 어려움이 있다며 한 목소리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17일 대전지역 종합병원을 포함한 병·의원 등에 따르면 ‘2017년 대비 2018년 의료폐기물 발생량’은 평균적으로 10% 이상 늘었다.
종합병원 규모의 A 병원은 13.38%, B 병원은 13.75%, C 병원은 14.90%, D 병원은 7.08% 의료폐기물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단 병상이 줄었던 E 병원만 -1.01%로 의료폐기물을 감축했다. 규모가 작은 병의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F 병원은 4.99%, G 병원은 12.57% 증가했다.
수술이 많은 H 의원은 2년 새 의료폐기물 처리 비용이 4배 정도 늘었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해 의료폐기물 불법배출에 대한 관리강화와 함께 일반폐기물 분리배출 등을 통해 의료폐기물 발생량을 오는 2020년까지 20% 감축한다는 방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다.
지역 병원들은 메르스 이후 강화된 감염병 관리 기준으로 인한 일회용 사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의료폐기물 감축 방안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감염관리가 점점 중요해지다 보니 환자 치료 과정에서 혈액이나 체액이 묻은 모든 항목과 일회용 용기 등은 물론이고 환자가 있던 주변을 청소한 것까지 의료폐기물로 처리해야 하는데 줄이기는 어렵다”며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대부분 병원들이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어 사실상 의료폐기물 감축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에서 상당량의 일반 플라스틱이나 포장재 등까지 의료폐기물에 혼합·배출해 의료폐기물이 늘어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는 “의료기관 평가를 받는 병원들은 환경부와 복지부, 심평원 등 각각 다른 의료폐기물 처리 기준 때문에 일반폐기물 처리를 했던 항목을 의료기관 평가에서 지적 받는 일이 부지기수”라며 “그래서 병원들은 지적받을 수 있는 대부분을 의료폐기물로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현장에서 의료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는 담당자들은 각 기관의 의료·일반폐기물 분리지침을 명확하게 설정해야 하는등 등 정책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대전성모병원 배지환 환경파트장은 “구체적인 분리수거 지침이 없는 이상 의료폐기물과 일반폐기물 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감염병 관리가 강화되면서 각 병원에서도 격리병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격리병실에서 나오는 모든 항목은 의료폐기물로 하고, 일반 병실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분리해 처리한다면 발생량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