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 희생양 밀려나는 현실
대전 원도심의 독립문화예술공간들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독립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시민이 줄어 수요가 부족해짐에 따라 문화예술의 다양성이 상실되고 있는 데다 근대문화예술특구로 지정된 원도심에서 일어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막을 대안이 없어서다. 일각에선 대전이 독립문화예술 분야에서도 불모지가 아닌가 하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8월 독립서점 ‘도시여행자’가 퇴거했다. 약 7년 동안 문화예술을 통한 원도심 활성화에 노력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원도심 활성화 정책과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퇴거 통보를 받은 것이다. 원도심의 다른 공간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전아트시네마’ 강민구 대표는 중구 은행동·대흥동 일대에서 일어나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 “고질적인 문제다.
대전의 경우 문화예술을 향유할 여유가 없는 시민들의 자발성·주체성이 떨어지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대전 원도심문화예술in행동’ 이인복 대표는 “젠트리피케이션 자체는 거스를 수 없는 것이므로 현재는 아무런 대안 없이 맞이할 수밖에 없다”라며 “지역예술인 및 독립예술문화공간의 설자리가 갈수록 줄어듦과 동시에 문화의 다양성 또한 사라져 간다”라고 우려했다.
대전의 대표적 독립서점 ‘도어북스’ 박지선 대표 역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이런 공간들을 지속시키려면 일단 수익구조에 대한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라고 진단했다. 결국 독립문화예술공간들이 현실적인 운영난으로 고초를 겪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박 대표는 ‘앞으로 독립문화예술공간들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줬으면 좋겠냐’라는 질문에 “처음 독립서점을 오픈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김영하 작가의 ‘모두가 다 예술가다’라는 강의였다. 모두 다 창작자가 될 수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리고 독립출판물을 통해 창작에 대한 영감과 힘을 주면서 그걸로 위로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일상의 많은 일들을 잊고 책을 읽으며 쉬어도 좋고, 새로운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을 발견해 좀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그런 공간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김미진 수습기자 kmj0044@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