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은 보이지 않고 실외기만 가득하다. 이런 곳에 혼자서 철계단에 앉아있다. 위로 받고 싶은데 내부에서 품어져 나오는 열기만 나를 감싸고돈다. 밖의 온도는 이미 끓는점을 넘어섰는지 모른다. 온도보다 더 견디기 힘든 현실이 나를 아프게 한다. 그 아픔과 함께 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런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위로받고 싶은 주인공을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사물이 형형색색 옷을 입고 바라보고 있다. 작품에서 갤러리들은 보이지만 주인공만 볼 수 없는 구조다. 다름 아닌 오행의 정령인 ‘기린’인데 말이다. 기린은 외치고 있다. “나를 봐, 너에게 행운을 줄 내가 네 옆에 있어.” 그런데 주인공은 볼 수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다. 작가도 그런 현실이 아프다. 기린의 눈을 보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너는 기린이야!” <김희정 미룸갤러리 대표>

작가: 이푸른(1994년~)
제목: 무엇인가 지켜본다(기린)
작품 크기: 28㎝ X 28㎝
재료: 한지에 수묵담채
제작년도: 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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