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계룡문고 내 ‘시각시각(視覺視覺)’ 갤러리에서 오는 24일까지 박수경 전시를 개최한다.
작품을 감상할 때, 감상자가 어떤 장르의 예술을 즐겨 찾는가에 따라 영화, 음악, 패션, 문학 등 다른 종류의 예술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서점 속 갤러리를 찾는 사람은 어떤 예술을 떠올리게 될까. 자연스레 문학과 그림을 연결 짓게 될 것이다. 글을 읽을 때, 독자는 장면을 떠올리고 나아가 그 작품 속 주인공이 된다. 이처럼 이번 박수경 전시에서는 그림을 감상하고 있지만 글을 읽듯 그림 속으로 들어가 작가의 발걸음을 함께 따라 걷게 될 것이다.
전시는 10m 길이의 벽면에 ‘휴식2’, ‘휴식3’, ‘휴식4’를 배치해 연작이 주는 느낌을 살리도록 배치했다. ‘시간의 거리’를 포함해 총 네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고요하고 화려한 분위기의 집에서 일어나는 가족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고 있어 관람자가 함께 추리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전시로 구성했다.
작가는 집의 내부를 배경으로 한 작업들에 대해 유년시절의 기억들과 그때쯤 즐겨 읽던 추리소설을 재조합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집과 집 안의 낯익은 사물들은 허구와 사실,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느슨하게 만든다.
작업에서 추리소설 속 사건과 현재 일어나는 가족 간의 비밀 이야기가 드러나게 되는데 가족이기 때문에 느껴지는 상실감이나 소외감,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 죽음, 그들만의 이야기를 엿보게 된다. 이번 작업들의 모티브가 된 에드가 엘런 포우의 소설 ‘검은 고양이’ 는 집 안을 배경으로 사람의 이중성과 폭력성, 죽음 등의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가족 및 삶과 죽음을 다루는 데 있어 작업과의 연관성을 찾았다. 작업을 하는 동안 수없이 많은 마음의 소용돌이와 침묵의 반복으로 이번 회화적 결과물들은 죽음에 무게가 실렸다. 작가의 ‘검은 고양이’는 소설에서 상징하는 불안이나 불길함에 머무르지 않는다. 작업에서 검은 고양이는 관조적이다. 모든 사건의 말할 수 없는 목격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인물을 대신해서 나타내기도 한다.
박수경 작가는 “이러한 작업들은 결코 길지 않은 삶에서 나는 무엇을 추구하고 살 것인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고 더 사랑할 것이란 다짐 같은 것들”이라며 “더불어 사회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 가족 간의 의미와 가족문제, 상대적 소외감 등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강일보 칼럼 코너 이름이자 갤러리 이름인 시각시각은 보는 사람의 시각을 인정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람마다 보는 각도마다 사물은 달라보이고, 시각예술인 미술 역시 사람마다 시각마다 계절마다 작품의 느낌을 다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